시행 두 달 앞… 세부지침 없어
포장 빈 공간을 50% 이하로
적발시 최대 300만원 과태료
큰 틀에서 박스 크기만 정해
이중포장 등 예외 범위 불분명
업체 “박스 사전제작 어려워”
혼자 사는 직장인 A씨는 매주 1∼2회 새벽배송으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주문하는데, 시킬 때마다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4∼5개의 박스로 나뉘어 물건이 오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A씨는 “(냉장·냉동 같은) 보관방식에 따라 박스가 나뉘어 담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어떨 땐 크기가 작은 상품이 커다란 박스에 담겨 있을 때도 있다”며 “매번 부피가 큰 박스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고, 설령 재활용을 하더라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과도한 택배 포장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 속에 정부는 오는 4월30일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 환경부가 규제를 예고했다가 시행을 앞두고 유야무야하는 상황을 반복한 ‘제2의 종이빨대·일회용컵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택배 과대포장 규제가 시행되면 택배 포장의 빈 공간(포장공간비율)은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가로와 세로, 높이의 합이 50㎝ 이하인 작은 크기의 박스는 예외다.
제품 자체의 포장을 제외하면 택배 포장은 한번으로 제한을 뒀다.
이를 어겼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규제는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일괄 적용된다.
큰 틀에서 박스의 크기는 정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게 사업자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냉동·냉장 식품에 들어가는 아이스팩이나 드라이아이스도 포장 공간에 포함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이를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러 상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아서 배송할 때 각각의 상품 크기를 계산해 규제에 맞는 박스 크기에 배송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도 이중포장의 예외를 어디까지 둘지, 완충재를 물품의 크기에 포함할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서는 4월 정책을 시행하려면 이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냉동·신선식품에 대한 예외 조항이 분명하지 않아 포장 박스를 사전에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포장 규제를 주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환경부의)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기존 포장재를 바꾸는 등의 움직임은 아직”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가이드라인 발표를 미루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업계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며 “업체들의 의견 제출·조율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설익은 환경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컵 사용 제한을 추진했다가 제도 공식 시행을 앞두고, 이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일각에선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월28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폐기물을 줄인다는 목표를 완수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단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정책을 시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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