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방송편집장, SNS서 녹음 공개
서방 “러, 우크라 지원 저지 의도”
獨 총리 “사건 심각… 면밀히 조사”
독일이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대교를 폭파하는 방안을 논의한 녹취록이 러시아에 의해 폭로됐다.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이 지원되는 것을 꺼려온 러시아는 즉각 공세에 들어갔고, 독일은 유출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은 러시아 국영 방송 ‘알티’(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그는 38분 분량의 녹취에서 “크름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등 크름대교 공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지난 2022년 10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크름대교 자동차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터져 철교의 화물열차 연료 저장탱크를 실은 화차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 다리 일부가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우리의 오랜 라이벌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며 비난했다.
이런 폭로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일 독일 공군 고위 간부들의 대화 녹음이 공개된 것을 “아주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아주 면밀하고 고강도로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타우러스 지원은 유럽 내에서 ‘뜨거운 감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5월 독일에 타우러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숄츠 총리는 확전 우려를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도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서방은 러시아 측이 독일 등 유럽을 상대로 내부 분열을 유도해 타우러스 지원을 무산시키려고 이번 폭로전을 벌였다는 입장이다.
독일 연방군 대령 출신인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타우러스 지원을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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