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선 확실시… 스탈린 넘어 ‘30년 집권시대’
통치기간 러 정치·언론 등 장악
재집권 장애 세력 대부분 제거
야당 지도자들 지지세 미약해
민주적 선거 표방 ‘들러리’ 평가
우크라戰 이후 민족주의 강화
고스란히 푸틴 지지세로 연결
일각 “국민들 전쟁 피로감 느껴”
反푸틴 정서 자극 가능성 지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뒤 그의 5선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왔다.
푸틴 대통령은 20년이 넘는 통치 기간 동안 러시아의 법과 정치, 언론 등을 장악해 재집권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대부분 제거했다.
이번 대선에 나선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야당 지도자들은 지지세가 미약해 러시아가 민주적 선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서구 세계에 보여 주기 위한 ‘들러리’ 정도로만 평가받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내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화된 것도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에 힘을 보탰다.
 | 푸틴 사진 걸린 투표장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한 투표소에서 1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투표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투표장 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도네츠크=AFP연합뉴스 |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센터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85%에 달했고, 러시아 시민 58%가 이번 대선에서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정부는 정책적으로 민족주의적 메시지 강화에 나섰고 이는 고스란히 푸틴 대통령의 지지세로 연결됐다.
이번 당선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의 ‘종신 집권’으로 향해 가는 마지막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법적인 제한은 사라진 상태다.
1999년 12월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뒤 2000∼2004년 제 3대 러시아 대통령, 2004∼2008년 제 4대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헌법의 대통령 3연임 제한을 무력화하기 위해 2008년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 자리를 옮겨 4년을 보낸 바 있다.
이후 2012년과 2018년 다시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2020년 국민투표를 통해 3연임 제한 등을 삭제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정치적 입지도 탄탄하다.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하는 등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던 정치적 대항마들을 대부분 사고, 옥중사 등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내 반푸틴 세력이 정부의 철저한 견제 속 빠른 기간에 구심점을 다시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푸틴의 종신 집권에 변수는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에 접어들며 러시아 국민 사이에 전쟁의 피로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당국은 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위한 추가 동원이 계획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국민 사이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재정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정기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뉴욕 뉴스쿨의 국제문제학 교수인 니나 L 흐루시초바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불확실성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장기화할 경우 이 피로감이 반푸틴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 접경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AFP,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접한 러시아 벨고로드주 주지사인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주민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겨냥한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오는 드론(무인기) 몇 대를 파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대선을 전후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계속되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를 공격하며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려고 했다”면서 “이러한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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