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결의한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하면서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 전북대·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 행렬에 동참하기로 해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전북 의과대학들에 따르면 이날 전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방법을 놓고 논의 중이며, 회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 사진=연합뉴스 |
앞서 이 대학 비상위는 지난 18일 교수 전체회의를 열어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결정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바 있다.
전북대 비대위 관계자는 "아직 정부가 전공의 등에 대한 특별한 보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전국 비대위 결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아마도 교수 각자가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북대 비대위는 의과대학과 전북대병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4%가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대학 측의 조치가 없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18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북대병원 전문의 교수는 총 241명으로 의대 겸직교수 122명, 임상교수 53명, 전임의사 19명, 기타 계약 전문의 47명이다.
원광대학교 의대 교수들 또한 이날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원광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전국 비대위 회의 결과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며 “다만 사직서 제출 시기와 방식은 전체 교수들과의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이 오늘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있고, 그 규모는 130여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원광대 의대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속 교수의 97%에 달하는 99명이 “사직서 제출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전북대 의대 전북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의료와 교육 현장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재차 요구하며 사직서 제출의 뜻을 밝혔다.
교수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의 곁을 지키려 노력하겠지만, 정부의 무능한 불통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각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교수로서의 직을 걸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타당한 근거 제시 없이 2000명 증원과 현실을 고려치 않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해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이탈을 조장하고 의과대학 교육과 대학병원 진료 현장의 파행을 야기했다”며 “정부는 전향적인 태도로 협의체를 구성해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의대 증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의료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 배선준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평의회 의장, 이기영 연세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가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교수들은 “그동안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 없이 불통의 모습으로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위협을 일삼으며 교육 현장과 의료 현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2000명 증원안을 배정해 기정 사실화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올 수 없는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며 그동안 파국을 막고자 노력한 수많은 희생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함이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4시간 필수 의료와 중증 환자를 위해 시간 담당하는 교수들도 이제는 지탱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가 현 상황의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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