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일담화’ 분석해보니
지난 담화선 “개인 견해” 이례적
‘또다른 경로’ 언급 복수 소통 시사
납치 문제 해결 없인 가능성 낮아
전문가 “의미 있는 합의는 못한 듯”
정부 회의론 속 ‘韓패싱’ 우려 지속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발표한 2차 대일 담화에는 “사견”이라던 종전 전제가 사라졌다.
우리 정부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북·일 물밑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공개한 김 부부장 담화에서는 753자 중 사견이란 전제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북·일 접촉이 시사된 1차 대일담화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평양에 올 수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나 개인적 견해”라고 했다.
2차 담화에서 이 표현이 빠진 것은 북한 당국의 공식 논의 테이블로 북·일 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등이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
또 이번 담화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는 의향을 분명히 밝힌 부분이나 ‘또 다른 경로’를 언급하며 현재 복수 소통 경로가 가동 중임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한 일본 매체는 기시다 총리가 6월 방북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9일엔 박명호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외무성 대표단이 대표적인 북·일 교섭지인 몽골로 향했다는 사실을 북한 매체가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자 문제가 북·일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나 양측이 새로운 타협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일본이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보이고, 북한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역시 양국 간 최대 걸림돌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일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서도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북한의 입장이 담겼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진전이 없다면 일본 내 여론이 북·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일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일본 내에서도 외교적 실패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 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하고 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
납치자 문제 해결 없이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과거 전례도 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에서 회담하고 북·일 평양선언에 합의했다.
그러나 납치자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본 내 반북 감정을 자극했다.
특히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는 다시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한이 보낸 납북 일본인 소녀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는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는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본 언론,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북·일 실무접촉 등이 일본 입장 파악의 주요 근원지일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북한은 수면하의 비밀접촉과 수면 위의 공개압박이라는 이중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개압박전략은 아직 실무접촉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으로부터 외교채널로 정보를 공유 받은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나 세부적 내용까지는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일 접촉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기 힘들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예진·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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