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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노인이 요양병원에서 같은 방 환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7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8월7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잠을 자던 환자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철제 소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간호조무사에게 제지당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외상성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사망했다.
검사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고 공소를 제기했다.
형법 10조에 따라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심신상실)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10조 2항에 의해 변별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모자란 경우 ‘심신미약자’로 한정책임능력자로서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앞서 A씨는 2008년 처음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받았었다.
그는 2018년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은 이후 치매 증상이 악화돼 2020년부터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돌봐 온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A씨가 B씨를 공격할 이유나 동기는 전혀 없었다” 또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A씨를 진료해 온 병원장 역시 “섬망 증세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섬망 증세는 의식과 날짜,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 등 지남력의 기복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흔하게 주의력 저하, 언어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전반의 장애와 정신병적 장애가 나타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름, 거주지 등은 답변했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은 기억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에 따라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되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사건 이후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서 실시한 정신감정 결과 A씨는 중증 인지장애 상태에 있으며 범행 당시에도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평가됐다.
2심 법원은 이를 토대로 “평소에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변식(분별)할만한 판단 능력이나 행동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치료감호(심신장애 상태 및 마약류·알코올 등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한 보호처분)를 청구했으나 “피고인(A씨)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는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기각됐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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