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날에도 공판…이재명 대표 출석 여부 주목
이명박·전두환 측, 재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 아니라고 주장
재판 환경 변화…재판 불출석 허가 적극 검토 필요성도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진행은 아무런 지장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두고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며 재판부와 대립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 대표가 선거일정 등을 이유로 재판에 지각·불출석하자 “구인장 발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2일에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간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검찰 독재정권과 정치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면서 원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정당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도 연이어 재판에 불출석해 검찰이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총선 전날인 9일에도 이 대표의 공판기일이 잡혀있는 가운데 피고인의 재판 출석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울산 남구를 방문, 박성진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전두환측 과거 재판서 “피고인 출석은 권리” 주장
정치인의 재판 불출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다스 자금 횡령·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으며 건강 상태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당시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피고인의 법률적 의무를 언급하며 질책하자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재판 출석은 피고인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일 뿐”이라며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 아니냐”고 반박했다.
당시 강 변호사는 재판 출석을 피고인의 권리로만 보는 근거로 ‘피고인의 출석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76조 등을 들면서 이를 의무로 보려면 불이행하는 경우 제재하는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도 과거 재판에서 ‘재판 불출석은 권리’라는 논리를 펼쳤다.
2019년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재판에 불출석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을 변호한 정주교 변호사는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으면,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며 “불출석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출석은 권리이자 의무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출석을 권리이자 의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사자 없이 재판이 진행되면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권리에 가깝고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소명해야 하는 재판을 받는다는 측면에선 의무에 가깝다는 관점이다.
이에 현행법은 피고인의 출석권과 재정의무를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76조(피고인의 출석권)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한다.
다만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 판결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허가신청이 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한 사건 등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또한 아울러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피고인은 법정을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다.
형사소송법 제281조(피고인의 재정의무)는 재판에 출석한 피고인이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건을 진행함에 있어 법적으로 피고인이 출석해야 재판이 열리기 때문에 피고인의 출석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설명했다.
◆권력자만 주장하는 ‘출석은 권리’…유연한 해석도 필요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요구를 재판부가 까다롭게 따지는 이유가 형평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인의 형사사건 출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반복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형사사건 재판을 받게 되면 재판 출석권을 두고 항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를 오가는 일정이 많은 기업인들이 재판 참석이 어렵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한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관련해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를 오가는 일정 와중에 3년 넘는 기간 동안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되고 난 후에는 피고인의 최후 진술을 빼면 법정에서 피고인이 할 일이 별로 없다”며 “정치인·기업인이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생업에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이 출석권을 포기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역시 “피고인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음에도 법원이 출석 의무만을 강조하는 것은 권리 측면을 무시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의무와 권리를 모두 고려하는 진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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