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박 차관, 사직서 수리 금지 등으로 전공의 근무 강요…정당한 권리 행사 방해”
“병원으로 돌아오라는 교수도 ‘중간착취자’로 생각할 수밖에”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공의 1300여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한다.
총선 이후로도 별다른 브리핑이나 입장 표명이 없던 복지부는 의료개혁에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 전공의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채로 손팻말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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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1360명은 이날 박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우편으로 고소한다.
전공의들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이유 등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공의와 의대생 약 20명은 ‘대한민국 의료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맞춰 입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과 집단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유지명령을 강행해 피해를 봤다며 고소하는 배경을 밝혔다.
전공의들은 박 차관이 이번 의정 갈등 사태를 키운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고소장에는 박 차관의 상급자이자 복지부 수장인 조규홍 장관도 포함됐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각 수련병원장에게 직권남용을 해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려서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공의들의 휴직권과 사직권, 의사로서의 전공의가 아닌 일반 의료에 일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 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그런 사고방식을 우리는 전체주의라고 부른다”며 “박 차관은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수입하고 의대끼리 공유한다는 말로 저희 마음을 짓밟고 시신을 기증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도구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시 돋친 언어로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모멸감을 줬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민수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연합뉴스 |
정 전 대표는 “박 차관이 건재한 이상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며 “함께 파트너십을 갖고 국민 건강을 위해 협력해야 할 정부와 의료계 관계가 파탄이 난 책임자인 박 차관을 즉시 경질하고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고소는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는 무관하게, 개별적으로 박 차관을 고소할 의향이 있던 전공의들이 뜻을 모은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 동참자를 모았다.
그는 “당초 전공의 1325명이 집단고소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2일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에서 박 차관이 축사하는 것을 보고 분개한 전공의들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혀 최종적으로 1360명이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흘 만에 사직 전공의 1360명이 박 차관 고소에 참여했다고 했다.
 | 지난 12일 서울의 한 상급병원에서 한 환자 가족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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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대표는 “전공의들은 박 차관이랑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병원협회가 정기총회에 박 차관을 부른 것을 보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고 배신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은 병원협회뿐 아니라 수련병원과 교수를 향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병원단체나 교수협의회가 아니라 의협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전공의들은 이렇게 나와서 싸우는데 교수님들은 전공의들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중간착취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교수들의 분노를 산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SNS 게시물에 상당히 동의한다”며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SNS에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라는 내용의 한 일간지 기사를 발췌해 적었다.
 | 지난 3월 3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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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기자회견 후 복지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모두 관련 법에 따라 기관장인 장관의 지휘, 감독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비공개 회의만 진행하며 브리핑을 따로 열지 않았던 복지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공개하고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로도 입장 변화 없이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다음달 말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증원 규모가 최종 반영되면 의대 증원 계획은 돌이키기 어렵게 된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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