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오폭사망·반정부 시위 ‘궁지’
민간피해 없게 이란 軍시설 공격
“피해 없다” 이란도 확전은 경계
바이든 “美, 이란공격 동참 안할것”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19일(현지시간) 이란 본토를 겨냥한 재보복에 나서면서 중동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응해 공격한 이스파한은 수도 테헤란 남쪽 400여㎞ 지점에 위치한 인구 220만명의 대도시다.
이스파한 공항과 제8육군항공대가 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이날 공습도 이들 시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공습으로 이날 이란 영공을 지나는 최소 8편의 항공편이 경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관영 MEHR 통신은 “테헤란과 이스파한, 시라즈로 가는 항공편과 서부와 북서부, 남서부 방면 공항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국내 여러 주에서 이란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블룸버그 통신은 이스파한은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발사한 여러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이란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공습의 원점 중 하나를 타격해 이번 공습이 보복 성격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스파한주에는 지하 나탄즈 농축 시설을 비롯해 이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핵심인 핵시설도 위치해 있다.
이란의 핵시설 공격은 확전 우려를 심각하게 자극할 민감한 선택지로 거론돼 왔다.
이란 측은 이스파한 핵시설들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이스라엘 핵시설을 첨단 무기로 공격하는 등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 주요국의 강한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선 배경에는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과 충돌에 따른 안보 위기를 통해 현 시국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공습 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기구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의 오폭에 사망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동시에 국내에서 휴전을 주장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며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네타냐후 총리가 진짜 적이 누군지 분명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이란 공습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전해지는 초기 정황을 볼 때 이스라엘은 역내 긴장 수위를 현격히 높일 초강수를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스뉴스는 사안을 잘 아는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보복이 ‘제한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란을 강하게 자극할 만한 핵시설 등에 대한 공격이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비군사시설 공격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평가다.
이는 공습 이전 미국 등이 예상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공습은 지난 13∼14일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이며 ‘제한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NBC방송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대(對)이란 공격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에 언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며,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예상되는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이란의 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란 역시 확전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외국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레스 TV는 “소식통이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 도시에 대한 외국의 공격에 대한 정보를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아보시 미한다우스트 이란군 고위 사령관도 현지 국영 TV에 간밤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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