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충북 영동 터널방재인증센터에 마련된 터널 천장에 연기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케이블프리 제트팬'이 설치돼 있다. [사진=남라다 기자]
'드르륵~우우웅' 고속도로 터널에 화재가 발생하자 터널 안을 집어삼킬 듯 무섭게 연기가 퍼져나갔다. 이대로 라면 터널 안에 연기로 가득 찰 듯했다. 하지만 10초쯤 지나자 어디서 '우우웅'하는 기계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케이블프리 제트팬'이다. 터널 천장에 달린 원형 제트팬 2대가 연기를 빨아들이자 1분 만에 유독가스를 내뿜던 연기는 터널 밖으로 사라졌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충북 영동 터널방재인증센터(옛 터널방재종합시험장)에서는 화재 발생 시 터널 상황을 재현하고 운전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한 신기술도 공개됐다.
고속도로 화재 발생 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터널 화재 진압을 위한 연습은 물론, 제도 개선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위해 터널과 같은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터널방재인증센터를 국내 유일의 실물 터널을 갖춘 방재시험센터로 조성했다. 경부고속도로 계량으로 버려진 영동터널을 활용 중이며, 터널 길이는 475m다. 방제시설을 비롯해 체험시설, 특수방지시설 등을 갖췄다.
터낼 내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키이블프리 제트팬은 한국도로공사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기존 전력이 끊겨도 터널 내 배터리와 전력 변환장치(인버터)를 설치해 24시간 가동되게 설계됐다. 제트팬은 입·출구 100~160m 간격으로 설치된다. 연기를 신속하게 배출해 사람들의 대피를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1개 터널에 설치돼 있고 연내 경부선 동탄터널과 방아터널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터널 외부에는 진입차단시설, 방수총, 포소화전이 배치돼 있다. 진입차단시설은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시 경고음과 함께 차단막을 내려 더 이상이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방소총과 포소화전은 외부에서 터널 안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한다.
터널 내부에는 화재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 옥내소화전, 물 분무설비, CCTV, 화재방송 설비, 긴급 전화, 비상 조명, 피난연결통로, 피난 유도등, 버스 탈출 체험시설, 차량화재 구현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 분무설비는 화재 발생 시 천장에 설치된 미세한 물을 분사해 불을 끌 수 있게 만든 장치다. 화재방송 설비는 관리소에서 터널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재 발생, 대피 등의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차량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라디오를 통해 관리소 지시사항을 들을 수 있게 했다.
도로공사는 현재 교육·훈련 중심으로 운영하던 터널방재인증센터를 세계 최고 수준의 '터널·지하도로 방재 종합기술센터로 도약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지하도로 관련 방재시설 연구·개발은 물론, 터널·지하도로 방재 안전성 평가를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경기 동탄에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실험센터에 설치돼 있는 대형 시뮬레이터 내부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도로 주행도 VR로...고속도로 안전 미리 살핀다
이어서 이날 오후 경기 동탄에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실험센터(이하 실험센터)'로 이동했다. 이 실험센터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로 주행과 유사한 모의주행 환경을 구현하는 곳이다. 국비 146억9000만원이 들여 2019년 설립된 실험센터에는 대형 도로주행 시뮬레이터가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5곳 정도만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력으로는 글로벌 탑 10위 수준을 자랑한다.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모빌리티 기업들도 기술 개발 시 도로주행 모의실험을 진행되며 도로 자동차, ICT 기술교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율주행, 휴먼 팩터 등 미래 융복합 도로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형 돔 내부에 모의 주행용으로 개조된 자동차가 탑재되며,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에게는 360도 방향으로 가상의 도로 환경이 주어진다. 90도 급선회를 할 경우 발생하는 원심력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현실감을 높였다. 6.2m 돔형 스크린과 초고해상도 프로젝터는 야간주행, 우천·강설 상황을 제대로 구현했다. 또 시동음 엔진RPM, 마찰음 등의 차량 주변 소음도 그래도 살려 동감을 더했다. 국내 최초로 주행 가속도의 90% 가까이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도 고속도로 터널과 도로 주행 시 발생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국토부는 2026년까지 고속도로 상습 교통정체 길이를 30% 줄일 계획이다. 교통량 분산을 위해 용인~구리, 안성~용인, 세종~안성, 평택~부여 구간 등에 고속도로를 신설하거나 안산~북수원 구간은 확장한다. 버스전용차로, 장거리 급행차로, 램프미터링 도입(교통량 신호 제어장치) 등 기존 통행 방식 개선하고 지자체 도로 접속부 개량, 오르막차로 등 기존 기설을 변경한다. 현재 공사 중인 신탄진 하이패스IC도 연말에 개통하면 교통량이 기존보다 11% 줄어 정체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1순환(서창~김포), 부산외곽순환(사상~해운대)는 민간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고 경부(용인~서울), 경인(인천~서울), 수도권 1순환(구리~성남)은 지하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5곳의 총사업비는 13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지하고속도로 안전을 고려해 설계지침 개정하고 이달부터 2028년 말까지 연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제정안에는 강수량을 기존 50년 빈도에서 100년 빈도로 강화하고 침수방지 차수판과 방수문 적용, 터널 내 진입차단시설, 과열차량 알람시스템, 원격제어 살수장비 등을 구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중환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은 "정부는 현재 고속도로 교통정체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하고속도로 구축은 교통량 분산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침수됐을 때 진입차단시설이나 차수관 방수 등 설계기준을 강화했지만 연구개발 과정에서 200년 빈도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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