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2022년 범죄 발생 지역별 통계’ 분석
대도시일수록 인구 대비 사건 발생 건수 많아
인구 대비 사건 발생 건수 최다 ‘제주도’…등록 인구 적은 탓
재작년 가장 많이 발생한 강력범죄는 무엇일까?
정답은 ‘강제추행’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판단하는 종전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형법 제298조는 강제추행을 ‘폭행 또는 협박’을 동원한 추행으로 규정한다.
이전에는 ‘저항하기 곤란한 정도’로 가해자가 폭행하거나 협박해야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물리적으로 폭행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말’을 한 뒤 추행하면 강제추행이 성립하게 됐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강제추행으로 기소되는 사건은 많은데, 법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처벌이 어렵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 | 사진=세계일보 자료 |
경찰청이 지난달 2일 공개한 ‘2022년 범죄 발생 지역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강력범죄 가운데 강제추행의 발생 건수는 압도적이었다.
강제추행은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강력범죄로 꼽히기도 했다.
이 통계는 살인·살인미수·강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기타강간추행·방화 8개 범죄를 강력범죄로 포함했다.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건수는 1만5864건이었다.
전년 대비 1902건(13.6%) 증가한 수치다.
강제추행 사건은 2018년 1만7053건, 2019년 1만7120건, 2020년 1만5344건, 2021년 1만3962건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해마다 1만5000여건씩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은 강제추행 사건이 벌어진 지역은 서울(4358건)이었다.
경기(3467건), 부산(1064건), 인천(1030건), 경남(658건)이 그 뒤를 이었다.
인구 대비 발생 건수로 분석했을 때 대체로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강제추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강제추행 발생 건수는 서울(46.31건), 제주(42.16건), 인천(34.79건), 대전(33.97건), 부산(32.25건) 순으로 많았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서울을 비롯한 인천, 대전, 부산은 인구밀도가 높은 대표적인 도시다.
제주도의 인구 대비 강제추행 발생 건수는 주목할 대목이다.
절대적인 사건 수는 적은데, 인구 1000명당 강제추행 발생 건수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 다음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발생 건수는 285건으로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세종(73건)과 전남(274건)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이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제주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적을지라도 관광객을 포함해 실제 머무르는 인구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인구 대비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 경향성은 다른 범죄에서도 발견됐다.
제주도는 2022년 전체 범죄 발생 건수(2만6757건)로는 세종(6525건) 다음으로 적었지만, 인구 1000명당 범죄 발생 건수로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1위(39.58건)이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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