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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제 만들어놓고 유급 대책 요구하는 건 적반하장”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5-08 19:10:07

의대 증원 ‘학칙 개정’ 새 변수
부결 이끈 국교련 김정구 회장
“결국 정부 방침대로 되겠지만
의대생에 긍정적 메시지 의도
교수 믿고 학교로 돌아와주길”
복지부 ‘증원 회의록’ 제출 계획
의료계 “급조해서 제출” 의구심
정부 ‘집단사직 의료 공백’ 대응
‘외국 면허 의사’ 진료 허용 추진

“학생들이 교수님들을 믿고 돌아와 주면 좋겠다.
”

부산대가 7일 교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배정에 따른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킨 가운데, 이를 주도한 김정구 부산대교수회장(정보컴퓨터공학부)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8일 부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대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가 열린 지난 7일 이 대학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칙 개정 부결의 의미

전국 40개 국·공립대학 평교수 2만여명을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회장인 김 교수는 전날 부산대 학칙 개정안 부결에 대해 “다른 국립대에서도 보조를 맞추면 좋겠다”면서도 “법적으로 상위법에 따르게 돼 있어서 정부 방침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부산대는 정부 방침대로 학칙을 개정해 125명이던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고, 내년에 한해 증원분의 50%가량을 줄인 163명을 모집할 예정이었다.
총장의 확정·공포 등 최종 단계 직전 교무회의에서 학칙이 부결된 것은 부산대가 처음이다.

학칙 개정의 키는 대학 총장이 쥐고 있다.
총장과 단과대학장 등이 참여하는 교무회의에서 부결돼도 총장이 독단으로 학칙을 개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의 핵심인 거점국립대가 줄줄이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킬 경우 총장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교련은 정부 방침대로 증원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학칙 부결을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부산대는 의대 정원 신청 과정에 현실이 외면됐고 절차와 방법도 무시됐다”며 “의학 교육은 사람 목숨이 달려 중요한데 중요한 의견 정취 없이 했다는 것은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75명 증원에 물적·인적 준비가 전혀 안 됐다”며 “물적투자는 2년간 어찌 한다고 해도 학생들을 교육할 교수들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를 향해 “이런 문제를 만들어 놓고 대학들에게 ‘학생들 유급되지 않을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며 “적반하장인데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어른들 잘못으로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며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와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노력을 안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끝 모를 기다림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 부실 대응으로 논란 키워

정부가 법원에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한 회의록을 제출하는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초기 대응을 잘못해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복지부는 10일까지 2000명 증원을 최종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하지만 ‘정부가 없던 회의록을 급조해 제출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가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지만 “회의록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게 근거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의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며 해당 답변은 “초기에 부정확하게 나갔던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교육부도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에 대한 법원의 제출 요청이 없었다고 뒤늦게 강조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배정위는 증원된 2000명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역할을 했는데, 법원의 배정위 관련 자료 제출 목록에 회의록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00명 증원분을 대학별로 배정한 기준과 대학별 교육 여건 투자계획을 확인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소명 요청만 있었다”며 “법원 요청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변서를 준비해서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등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외부 인도에 서울고법 행정7부 재판부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1

◆고법 등 사법부에 기댄 의료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서울고법의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 집행정지 항고심에 제출할 탄원서를 의사 및 의대생 등을 통해 이날까지 모았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전공의 1050명은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이번 주 중 제기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최상위인 ‘심각’단계일 경우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에게도 국내 의료행위를 허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영·이정우·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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