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돌보던 장애 아들을 살해한 60대 친모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대로)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지난해 11월23일 오전 9시5분 울산 중구 자신의 집에서 아들(30대)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아들은 선천적 심장병과 청각장애, 면역 장애 등을 갖고 있었다.
소화기능도 좋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자주 토했고, 1년에 100일 이상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았다.
A씨는 아들을 돌보면서 병원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 건강이 나빠졌고, 지난해 9월 일을 그만둬야 했다.
두 달 뒤 몸 상태가 나아진 A씨는 다시 취업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엔 아들이 다시 구토하는 등 몸 상태가 나빠져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A씨는 좌절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사건 당일, 새벽부터 A씨 아들은 계속 토했다.
A씨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아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고, 살해했다.
A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남편에게 발견돼 실패했다.
이전에도 A씨는 아들과 함께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베란다 난간을 꼭 붙잡아 그러지 못했다.
재판부는 “강한 생존의지를 보였던 아들을 A씨가 살해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면서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그 인생이 순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자신 또는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을 뺏아가는 행위에 대해 예방의 측면에서도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다만 가족들이 그간 A씨의 노고와 고통을 이해하면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A씨 스스로 자책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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