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치료제 성분인 ‘GHB’ 성범죄 악용
발작에 좋은 항우울제, 다이어트에 남용
규제 강화 여파, 의료진 처방 꺼려 피해
유명인, 일반인 할 것 없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실태가 드러나면서 기면증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기면증의 대표 치료제 성분인 ‘GHB’가 이른바 ‘물뽕’이라 불리며 허가 제한 약물로 지정됐고, 발작 증세에 효과가 좋은 항우울제 처방도 훨씬 어려워지면서다.
지난해 기면증 확진 판정을 받은 강모(29)씨는 제 몸에 맞는 약물 찾기에 한창이다.
21일 국내에 시판되는 기면증 약물은 각성 효과를 촉진하는 약물 2종(프로비질·누비질)과 탄력발작 완화에 효과적인 약물 1종(와킥스), 총 3종뿐이다.
심지어 와킥스는 개발사 사정상 올해 9월 보급이 중단된다.
강씨는 “기존 약들은 각성 효과가 약하거나 두통·불면 등 부작용이 심하다”며 “환자마다 증상 발현 정도가 다른데 해외와 비교하면 접근할 수 있는 약들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강씨가 바라는 것은 기면증 환자들에게 ‘꿈의 약물’이라고 불리는 GHB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이다.
이미 GHB는 유럽뿐 아니라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북미에서도 활발히 처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 지정 ‘허가 제한 의약품’에 속한다.
버닝썬 사태 때 알려진 GHB는 색이나 맛·냄새가 없는 액체로, 클럽이나 파티 등에서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탓이다.
아울러 환자들은 탄력발작에 효과가 좋은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항우울제 약물은 발작 증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기면증 환자들에게 부가적으로 처방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향정신성 의약품이 오남용되면서 의료진이 처방을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는 “서울 강남에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이 터지고, 항우울제가 다이어트약으로 남용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처방을 못 해주겠다고 했다”며 “정작 필요한 사람이 못 받는 게 말이 되나”라고 푸념했다.
정기영 서울대 신경과 교수는 “기면증 환자들 특성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환자데이터 관리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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