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 구독자’ 탈북민 유튜버 강은정씨
“한류콘텐츠 보고 23살에 한국행
한국의 아파트 난방에 감격하고
따뜻한 사람들에 감사했던 경험
소소한 일상에 사람들 많은 호응
5년간 영상 1000개… 선플이 원동력”
“처음엔 먹고살려고 시작한 건데 지금은 선한 댓글이 원동력이에요.“
누적 조회수 1억3981만9540회, 구독자 22만5000명. 유튜브 채널 ‘강은정TV’가 5년간 이룬 성과다.
북한 체제 비난이나 혐오, 막말을 비롯해 선동이나 정치도 없다.
그저 살아온 이야기, 생활 속 이야기를 에피소드처럼 풀어낸 콘텐츠들이 웃음보를 터트리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프트 파워’가 됐다.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나니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 관용과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가는 영상이 됐다.
5년간 올린 영상이 1000개에 육박한다.
24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을 찾은 탈북민 유튜버 강은정(37)씨가 강조하는 남북 출신 간 ‘소통의 힘’이다.
 | 탈북민 유튜버 강은정씨가 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탈북 이후 한국 사회에 대해 느꼈던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강씨는 인터뷰 내내 밝고 활기가 넘쳤지만, 실은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탈북 여성이다.
2008년, 23세 당시 양강도에 살았던 그는 중국에 가면 한 달 만에 1000위안을 벌 수 있다는 동네 언니 말에 아버지 약값이라도 벌자는 마음으로 중국행을 결심했다.
언니의 말은 거짓이었고 중국에 팔려온 거라는 사실을 중국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
중국에서 7개월간 험한 일들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 본 한류콘텐츠에 현실을 직시했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에 온 그에겐 두 가지 숙제가 있었다.
하나는 부모님 모셔오기, 또 다른 하나는 중국에 있는 북한 여성 돕기였다.
“아버지는 세뇌가 강했어요. 무서워서 나오지 않으려 하셨죠. 오빠가 아버지 술에 수면제를 타서 마대자루에 넣어 나르려고까지 했는데, 아버지도 그간 고민으로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수면제에서 깨버려 실패했어요.”
결국 아버지께 드릴 것이 있으니 중국에서 받아가기만 하시라고 속여 중국까지 불러냈고, 한국행을 설득했다.
“사실 설득이란 통하지 않아요. 브로커가 계속 한국 드라마와 뉴스를 보여드렸죠. 스스로 깨칠 때까지 기다린 거죠.”
재중 탈북여성돕기를 말할 땐 목청이 더 높아졌다.
“여성들이 대항력이 하나도 없으니까 중국인 남편들에게 당하거든요. 남편이 때리면 집 나가버린다고 소리라도 칠 수 있게, 작은 대항력이라도 주려고 만든 게 쉼터였어요. 재중 탈북여성이 20만∼30만명은 될 거예요.”
쉼터 일을 하다 돈이 모자라 궁리 끝에 시작한 게 유튜브다.
“결국 돈 때문에 시작한 거고, 아버지도 억지로 출연시켰는데 아버지 출연분이 대박이 터진 거죠.”
강씨 입담에 아버지 에피소드로 ‘케미’가 폭발하며 조회수가 말 그대로 ‘터지기’ 시작했다.
처음 임대아파트 들어가서 따뜻한 난방에 감격한 이야기, 처음 간 ‘막노동판’에서 탈북민이라 배척당할 줄 알았지만 환대받아 감격한 이야기 등을 천진난만하게 풀어내는 아버지 모습에 사람들은 눈물, 콧물을 쏙 뺐다.
그는 유튜브에서 남북 출신 사람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17년이 됐는데, 우리 사회도 혐오와 갈등이 한층 심해졌음을 느낀다고 걱정했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어요. 우리는 탈북민이고 이 나라도 잘 모르는데 어쩌다 이승만, 박정희 이야기가 나오면 악플이 달리고, 어쩌다 김대중 시절 쌀 받은 이야기가 나오면 욕이 달리더라고요. 오히려 일상 콘텐츠에서 구독자들이 궁금하다며 남긴 댓글을 보고, 그에 대답하는 영상을 만들면서 간극이 좁아지는 걸 느꼈어요.”
그는 북한에선 10대 시절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낸 ‘장마당세대’이자 남한에선 30대 MZ세대다.
최근 젊은 층의 통일 의식 저하를 걱정했다.
“중국에서 북한사람을 신고하면 돈을 줘요. 중국 돈으로 주겠어요? 그 대가를 북에서 받겠죠. 북한은 줄 돈이 없으니 자원을 마음대로 퍼가는 거예요. 함경도 무산에 철광 광산이 있는데 중국 차가 하루에 두 번씩 와서 마음껏 퍼가요. 중국이 너무 제 집 앞마당처럼 북한 땅에서 퍼가는 것이 괘씸합니다.
그걸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기회이고 대박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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