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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을 미끼 삼아 성인 남성을 모텔로 유인해 금품을 갈취한 등의 혐의를 받는 10대 여고생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반성 없는 태도를 지적하며 “앞으론 제대로 생활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31일 오후 2시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10대 김모(18)양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양은 주범 박모(18)군, 공범 김모(17)양과 함께 공모해 지난 1월21일부터 이틀간 피해자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흉기로 위협해 상해를 가하고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군은 피해자들을 위협하면서 흉기를 휘둘렀고, 김양(17)은 피해자들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뒤져 금품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18)은 피해자들을 모텔로 유인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재판부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18)군에 대해 징역 장기 4년·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군의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모(17)양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신체·정신적 피해가 중대했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했다”며 “특히 (박군은) 다수의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음에도 자중하지 않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들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형사 공탁했다”며 “박군이 흉기를 함부로 사용해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가할 것이라는 점까지는 김양이 확정적으로 단정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양(18)은 지난 10일 이들과 함께 1심 선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선고 기일이 한차례 미뤄졌다.
이날(31일) 재판부는 반성하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고, 가출을 일삼는 김양(18)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강 부장판사는 선고 전 잠시 말을 멈추고 김양(18)에게 지난 선고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앞선 선고 기일 당시 김양(18)의 부모는 김양이 가출을 해서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재판부에 설명한 바 있다.
김양(18)이 “그때 많이 아파서 응급실에 있었다”고 답하자 강 부장판사는 “왜 부모님이 사정을 모르게 하느냐.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그런 생활을 계속하면 범죄를 또 저지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을 하겠느냐”며 “앞으로는 부모님의 관리하에 제대로 생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법원은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형을 선고한다.
장기는 소년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 그 형의 기간 중 가장 긴 기간을 말하며, 단기는 그 형의 기간 중 가장 짧은 기간을 말한다.
여기서 부정기형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 자유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지 않고 장기와 단기의 범위 내에서 선고하는 형벌을 말한다.
이는 소년범의 교화를 위해 수형 성적에 따라 형을 탄력적으로 집행하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10대가 살인죄를 범하여 법원으로부터 장기 3년, 단기 2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면, 최소 2년에서 최대 3년까지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만약 수감 중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 형의 집행기간이 단축된다면, 단기 2년의 기간이 지난 후 출소할 수 있고, 반대로 나쁜 행동을 계속한다면 장기 3년의 기간까지 교도소에서 생활해야 한다.
소년법에서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할 수 없고, 사형, 무기징역도 선고되지 않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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