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28)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해 수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홍모씨(30)는 해당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금융범죄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와 협력해 신씨와 홍씨의 자금 출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등 61명, 불법 리딩방 관계자 30명 등 총 99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4명(구속 2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내 총책 A씨와 신씨 등 14명에게 도박공간개설 혐의를 적용했고, 추후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공범 2명을 더 검거해 총 16명에 대해 범죄집단조직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캄보디아에 복합 도박 사이트 충·환전 사무실을 마련하고 8000여명을 상대로 8600억원 상당의 도박자금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광고로 유령법인 통장 모집책, 총판, 충·환전 사무실 직원들을 모집하고 캄보디아 주택에서 합숙하며 국내 총판과 연계해 범행했다.
주요 운영자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엄격한 내부 규율을 정해 강요하고, 타 조직원 등을 집단 폭행하기도 하는 등 폭력조직과 유사한 방식을 썼다.
수사기관에 검거돼 범행 사실을 진술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조직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인 신씨가 MZ 조폭 'MT5'에서 활동하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에서 큰돈을 벌어들였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MT5는 해외선물투자에 사용되는 전자거래 플랫폼으로, 조직의 이름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들은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고 해외선물투자를 대행해준다며 투자자 101명으로부터 투자금과 수수료 21억원을 챙기는 등 범행을 저질렀고 38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신씨가 불법 리딩방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경찰은 리딩방 운영 조직과 해외선물업체 대표 등 28명을 자본시장법위반(미인가 투자중개업) 혐의로, 돈을 받고 유심을 제공한 2명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검거하는 등 30명을 검거했다.
이 중 2명은 코인 위탁판매를 해준다며 32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또한 리딩방 운영 조직을 탈퇴하면서 확보한 고객 정보로 피해자들에게 'MT4'(MT5의 전 버전)를 해킹해 해외선물거래 손실금을 만회해주겠다고 속여 3억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등으로 8명이 붙잡혔다.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가담하거나 도박을 한 피의자 중 9명은 경찰 관리대상인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 대부분을 슈퍼카 렌트비, 유흥비 등에 소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검거는 롤스로이스 운전자 사건을 계기로 사회 이면에서 암약하는 신유형 범죄조직의 실체를 확인한 사례에 해당한다"며 "앞으로도 사회 문제 이면에 있는 배후 범죄 세력에 대한 첩보 수집과 수사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