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관리 나선 軍 당국
8년 만에 재개하자 北 또 오물풍선
긴장 고조 부담에 방송 일시 중단
北선 ‘대남 확성기’ 설치 동향 보여
6월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 예정
여름철 저강도 도발 감행 가능성
합동참모본부가 10일 오후 4시 기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맞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8년 만에 재개한 지 하루 만이다.
남북 대결 국면이 격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상황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향후 정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북한이 오물풍선 추가 살포를 포함한 저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이동식 확성기로 추정되는 트럭이 위장막을 덮고 대기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대응해 6년 만에 재개된 우리 군의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날에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뉴스1 |
◆상황 관리 배경은
북한은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자 9일 밤부터 대남 오물풍선 310여개를 추가로 살포했다.
서울·경기·강원에서는 각각 수십건의 신고가 경찰 등에 접수됐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또다시 살포하면서 군이 전날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융통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고 답했다.
군은 이날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확성기 방송을 할 준비는 갖춘 상태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살포가 거듭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정부와 군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
현재(10일 오후 4시 기준)까지 대남방송은 없었다”면서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의 대남방송용 확성기는 우리 군보다 가청거리 등의 성능이 뒤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 일대 군 장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이 전방지역의 북한군과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서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인들이 이동형 대북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
◆여름철 北 도발 위험 높아지나
상황관리를 통해 충돌 위험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심리전으로 촉발된 남북 간 대결 국면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민간단체가 전단을 보내면 오물풍선을 띄울 수 있다.
이럴 경우 군도 확성기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북한이 여름철에 저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물풍선이 살포됐던 9일 저녁 담화에서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새로운 대응’의 구체적 의미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을 강화하거나 휴전선 이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에 목함지뢰를 흘려보내는 것,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가 단시간 내 복귀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미의 대규모 군사적 대응을 초래하지 않고도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저강도 도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이달 하순에 열릴 예정인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로 일련의 군사행동을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경고대로 풍향과 기상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재차 삼차 오물풍선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몇번에 북측 전방 군인이나 북한 주민들이 바로 동요하지는 않겠지만, 장기 지속될 경우 북한 당국 고심도 깊어질 것”이라며 “우리 측 접경지역 주민들 피해도 있으므로 대북 압박대응과 함께 대화 출구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찬·김예진·이병훈·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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