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열릴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계기로
에르도안 “푸틴에 부정적인 접근법 동의 안 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에르도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평화를 위한 중재자로 나설지 여부에 국제사회 이목이 쏠린다.
에르도안은 서방의 지도자들 가운데 푸틴과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인물로 꼽힌다.
 |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인 2022년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러시아 언론사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 중인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오는 7월 초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에르도안과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1년 출범한 SCO는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총 9개 회원국이 있다.
튀르키예는 SCO의 정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대화 파트너 자격으로 종종 정상회의에 참여해왔다.
푸틴의 말은 에르도안이 이번에도 SCO 정상회의에 꼭 함께해달라는 초청의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에르도안과 만나게 되면 모든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모든 현안’ 속에는 당연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포함돼 있다.
푸틴이 에르도안에게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 앞에 앉도록 설득해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에르도안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전쟁이 발발한 이래 중재자를 자처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는 반대하는 에르도안의 입장은 튀르키예가 속한 서방에선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푸틴이 에르도안을 신뢰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실제로 에르도안의 중재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흑해 곡물협정 타결로 이어졌다.
이 협정은 전쟁의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러시아는 해당 협정이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 그 효력의 연장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한 에르도안은 “흑해 곡물협정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세계 정상들이 푸틴에 대해 부정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곡물 수출국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런 나라(러시아)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계속하려면 푸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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