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러 신조약 제4조’ 분석
1961년·2024년 ‘지체없이’ ‘軍 지원’
자동개입 시사하는 핵심어 동일 반영
“북·러판 핵우산 확장 억제까지 담아
1961년보다 더 강력한 조약” 분석도
“지원과 개입은 달라… 관계 지켜봐야”
북·러 신조약 제4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4조는 양국관계를 군사동맹으로 볼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핵심 조항이다.
1961년 ‘유사시 자동개입조항’보다 약하다, 부활이다, 오히려 더 강하다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에 따르면 이번에 체결한 조약 4조와 1961년 조·소동맹조약에는 모두 “지체없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자동개입을 시사하는 핵심어가 동일하게 담겨 있다.
 | 푸틴·김정은 서명 북한과 러시아가 19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문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각 남긴 서명이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북·러회담 평가와 전망’ 주제의 긴급토론회에서 “1961년 소·조(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 부활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한 위원은 “러시아와 중국도 서로를 군사동맹관계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처럼 북한과 러시아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군사동맹 차원으로 협력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 조약을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이라고 언급한 소식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번 조약이 1961년 조·소동맹조약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조약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포괄적인 전략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군사관계에서 예상되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며 “1961년과 비교해 보면 북·러판 핵우산 확장억제까지 담았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북한이 남북관계를 같은 민족이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2국가론’이 단지 북한의 전술적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결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풀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란 문구에서 전제조건이 있으므로 ‘자동’ 개입이 아니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미 우크라전에서 러시아에 포탄을 지원 중이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장기전과 미국·나토의 러시아 본토공격에 대비해 북한의 지원을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받는 구조를 약속받은 것이자, 러시아는 향후 유엔헌장 제51조와 국내법 등 전제조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자동’ 지원을 피해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을 언급하는 전제조건 부분을 유의해서 분석하고 있는 기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통 ‘지원’이라고 했을 때 ‘개입’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국이나 나토가 우크라에 탱크를 지원한다고 해서 미군이 참전했다거나 나토가 군사개입을 했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즉시 자동개입을 하려면 체약 상대국에 대한 제3국의 공격을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기본조건”이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한·미가 상대국이 제3국에서 받은 공격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근거가 명확하게 돼 있지만 이번 북·러 조약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러시아의 전략상 비공개 원칙에 따라 은밀하게 이뤄질 테지만 수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추이, 그에 따른 러시아 안보 환경, 미·북관계, 미·러관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번 조약에는 기존 대북제재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북·러 양국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경제·과학기술 등 협력 분야가 모두 포함됐다.
또 제재에 반대하는 국제무대 협력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16조는 “쌍방은 치외법권적인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하여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한다”고 규정했다.
‘일방적인 강제조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특히 한·미·일 등을 중심으로 강화돼 온 독자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 10조에서는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 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발전을 추동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또한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분야라는 평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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