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 당국에 다급한 신고가 14차례나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들은 혼란한 와중에도 피해자 의식을 확인하거나 직접 응급처치에 나섰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청역 교통사고 관련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20초에 접수됐으며, 이후 15분간 모두 14차례 신고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최초 신고에서는 “시청역 사거리에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났다”, “승용차끼리 박은 것 같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신고자는 "사고 충격으로 차가 완전히 반파됐다"며 “사람 한 명이 도로에 누워있다”고 전했다.

27초 만에 두 번째 신고가 이뤄졌다.
이때는 인명 피해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목격했다는 신고자는 “5명 이상 쓰러져 있다”며 “검은색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서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3초 뒤 사상자 수는 또 늘었다.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 것 같냐"는 질문에 신고자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라며 "의식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접수 요원이 “지금 응급처치 부서 연결하면 응급처치할 수 있겠어요, 선생님?”이라고 묻자 주저하는 듯했지만, 곧 “제가 하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 사고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중 사고를 목격한 한 신고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피해 사항을 전했다.
신고자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쳐서 인도까지 왔다”며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지, 숨을 쉬는지 봐달라는 접수 요원의 요청에 끝까지 응했다.

또 다른 신고자는 “큰 굉음이 났고, 사람들이 다 쓰러져 있는데 한 명만 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들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나머지들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초기에 (사고를) 본 사람이라 도움이 될까 전화드렸다”고 덧붙였다.
12번째 신고에서는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한 7명, 제가 본 건 4~5명”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4차로 도로를 역주행했다.
차량은 시속 100㎞ 가까운 속도로 내달리다 인도를 덮쳤다.
이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