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의붓딸 “엄벌 해주세요” 호소
불과 12살 초등학생 시절부터 20대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13년간이나 계부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 여성이 엄벌을 탄원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여성의 피해를 고려하고 온가족이 결국 비극을 맞이한 점 등을 근거로 계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윤승은·구태회·윤권원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고 모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또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다.
온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안타까운 사건은 지난 2008년 시작된다.
고씨는 아내 A씨와 재혼해 가정을 꾸렸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행복을 꿈꾸는 것도 잠시뿐.
고씨는 사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A씨의 딸 B양에게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그는 B양을 무려 13년간이나 성폭행했다, 그러면서 마치 기념이나 하듯 그 참혹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고씨의 이런 범죄는 어린 B양이 자신의 요구에 저항할 수 없도록 심리적으로 지배한 일명 '그루밍 성범죄'였다.
피해자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요구에 저항할 수 없도록 심리적으로 길들인 일명 '그루밍 성범죄'였다.
그루밍 성범죄는 성적인 목적으로 상대방을 유인해 상대방의 신뢰를 얻은 뒤 상대방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 행위다.
이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생하며, 가해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거나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전해진다.
고씨의 범행은 이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간 후에도 지속됐다.
심지어 고씨는 A씨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뒤늦게 고씨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깨달은 A씨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고씨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한국 경찰은 작년 10월쯤 고씨를 체포하면서 범행에 막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고씨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고씨)의 범행 부인으로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다시금 상세히 진술하는 2차 가해를 겪었다”면서 “피고인은 상당 기간 사회에서 격리돼 참회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이 불복 항소했고, 피고 측 또한 항소했다.
하지만 제판부는 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2심 재판부는 “고씨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의붓딸을 성욕 해소 수단으로 삼았다.
어렸던 피해자는 성폭력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피해자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딸에 대한 고씨의 범행을 뒤늦게 알게 된 친모는 충격에 빠져 사망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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