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실태 보고서
고용허가제 규모 임의로 산정
취업 허용업종 제때 확대 안 해
산업현장·농촌 일손 공백 초래
고용부·법무부 등에 시정조치
지난달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 희생자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나며, 국내 인력 공백을 메우는 외국인 노동 현실이 드러났다.
갈수록 가팔라지는 저출생·고령화 속도에 건설·제조 등 산업현장과 농촌 지자체에선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주노동자 유입·관리를 위해 도입한 각종 제도를 허술하게 운용해왔다는 감사 결과 나왔다.
감사원은 16일 ‘외국인 인력 도입 및 체류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고용노동부·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용해 온 외국인 노동자 제도의 허점을 짚고 시정조치했다고 밝혔다.
미등록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매해 늘어 지난해 42만3675명에 달하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 외국인 노동인력 관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고용부는 2004년 제조업 등에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최대 3년간 도입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규모 산정 시, 객관적 근거 없이 기초 자료를 조정하거나 임의로 전망치를 제시해 산업계 인력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6∼2022년 사이 고용부가 산정한 고용허가인력 수치가 현장 인력 수요보다 연간 2만∼10만여명 수준만큼 적었다고 봤다.
법무부도 늘어나는 인력 공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가 재외동포의 취업 허용 업종을 건설·서비스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 관련 대책은 미비한 상태였다.
현재 법무부는 재외동포(F-4) 제도와 방문취업(H-2)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방문취업 제도로 들어온 재외동포의 경우, 인력 수요가 큰 건설업·서비스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지만 체류 기간이 3년으로 제한된다.
반면,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한 동포들은 장기간 체류할 수 있지만, 건설·서비스업 등 단순 직종 취업이 제한된다.
늘어나는 인력 수요에 발맞춰 재외동포의 취업 허용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더불어 인구유출로 지역소멸을 눈앞에 둔 농촌 지역도 인력 공백의 늪에 빠져 있다.
154개 지자체의 농업 분야 부족인력은 2022년 1만2635명에서 10년 뒤인 2032년엔 16만5180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농번기 인력 보급을 위해 마련한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하는 국내 시·군 단위 기초지자체 역량 부족으로 제도 활용도가 낮았던 탓이다.
이에 감사원은 MOU 체결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국제협력 업무 지원이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농촌의 1개월 미만의 초단기 수요를 고려해 농림부가 국비 지원 비율 등을 조정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밖에 감사원은 전문 인력(예술·연구 등) 체류자 중 약 11%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해 미등록 체류 중이며, 사증 면제제도(체류증빙 없이 입국)를 악용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현실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사고 문제가 늘어나는 만큼, 주거 환경 등 고용주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에 대한 법무부의 관리·감독을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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