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것이 없는 학교 현장에 답답한 마음이 들고, 돌아가신 선생님께 미안해서 찾아왔어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 추모공간에서 만난 중학교 교사 송모씨(30)는 “이번에 출장차 교육청에 왔다가 추모를 하러 왔다”며 “지난해 서이초 사건 터지고 난 뒤에도 주변 동료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를 몇 번 봤다.
교육계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의문이고, 현실은 제자리인 것 같다”고 한탄했다.

전국 곳곳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장맛비가 강하게 쏟아졌지만, 동료들의 추모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45)는 “현재 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이란 부분이 굉장히 애매하다.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다”면서 “선생님을 때리는 경우에 손으로 막거나 소리를 지르면 아동학대 신고당할 위험이 남아있어 그냥 맞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 직원 A씨는 “돌아가신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학부모, 선생님, 학생 서로가 존중하는 분위기가 교육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 공간에는 추모객들이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추모객들은 헌화와 묵례를 마친 뒤 이곳에 들러 순직 교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누러 담아 작성했다.
그곳엔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선생님께서 바라시던 행복한 교실, 저희가 꼭 만들어가겠습니다’ 등 글귀들이 남겨져 있었다.
추모 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학부모, 청년, 학생 등 시민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주모씨(29)는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원래 꿈이 교사였다 보니 서이초 사건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자리가 누군가에겐 무척 힘든 일이고, 교직 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 사건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비가 오더라도 먼 길 찾아왔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상은씨(48)는 “많은 분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찾아와 짧게나마 마음을 남기고 간 모습을 보니 뭉클하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함께 육아하는 주체로서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전국 곳곳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을 추모하는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1주기 당일인 오는 18일엔 서울시교육청·6개 교원단체·교사유가족협의회 공동 주관으로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앞서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을 맡던 2년 차 신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평소 학부모 민원과 문제행동 학생 지도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