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대표궁궐인 경희궁지에 역사정원이 들어선다.
2035년까지 경희궁 일대에 서울광장 10배 규모의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으로, 인근 서울시교육청 부지와의 연계 개발도 이뤄진다.

17일 서울시는 흥화문과 숭정문 사이의 정비방안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경희궁지와 주변 4곳의 공공부지(국립기상박물관·서울시민대학 및 차고지·서울시교육청·돈의문박물관마을) 약 13만6000㎡ 일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경희궁은 도심 속 대규모 열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일평균 방문객이 1500여명에 불과하다.
인근 경복궁에 1일 5만7430명, 덕수궁에 2만8150명이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일대 국립기상박물관이나 서울시민대학 및 서울시 차고지 또한 접근성이 낮고 콘텐츠가 없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역시 2017년 돈의문1구역 재개발사업 추진 시 공공기여를 받아 조성된 문화시설이지만 현재는 물리적 공간만 박제돼 매년 20억원 수준의 운영비만 소요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경희궁지 일대에 대한 종합 공간구상안을 마련해 경희궁지 역사정원 착공을 시작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 녹지화, 한양도성 및 돈의문 복원 등 2035년까지 4대 테마로 공간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경희궁지 역사정원 조성을 위해 차량진입로 등 역사적 맥락과 무관한 시설은 덜어내고 궁궐숲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흥화문과 숭정문 사이 공간도 연내 정비하고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경희궁 전체의 모습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2026년 서울시교육청의 기능 이전을 고려해 경희궁 서측은 시민대학, 서울시 차고지와 함께 공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도입을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역사박물관 이전 필요성에 대한 고민도 시작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1988년 경희궁지 내 건립을 승인받아 2002년 개관했지만 경희궁지가 아닌 곳에 건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했다.

4대문 중 유일하게 미복원된 돈의문 복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차례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정동사거리일대 돈의문 복원 기본구상안을 마련했다.
이밖에 경희궁지 일대 활성화를 위해 역사정원 조성과 연계해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국가유산의 미래지향적 활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동안 엄숙하고 진지했던 경희궁 일대가 문화여가가 있는 활력 공간으로 재탄생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