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 속출
파주 302㎜ 연천 166㎜ 쏟아져
당동 IC·동부 간선道 곳곳 통제
경춘선 등 열차운행 한때 중단
“양동이로 퍼붓듯 내려 겁이 덜컥”
논산·청주 빗길사고 등 3명 사망
춘천·의암댐 수문 2024년 첫 개방
尹대통령, 호우 대처 만전 지시
“비가 순식간에 집중적으로 내려 죽을 수도 있겠다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경기 파주시민)
17일 오전 의정부시와 파주시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경기 북부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전동차가 한때 운행을 멈추며 출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강풍에 떨어진 축사 처마에 머리가 부딪힌 50대 축산농이 숨지고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56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등 인명·시설피해도 잇따랐다.
 | 파주시와 연천군 등 경기북부 8개 시·군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1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당동삼거리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이날 문산읍 일대에는 오전 7시 3분까지 한 시간 동안 100㎜가 넘는 강수량이 관측됐다.
뉴시스 |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경기 파주에만 302㎜의 폭우가 쏟아졌다.
연천(166.5㎜), 양주(165.5㎜), 남양주(143.0㎜), 동두천(142.0㎜) 등 경기 북부 일대에도 같은 시간 100㎜ 넘는 장대비가 왔다.
특히 의정부 신곡 103.5㎜, 파주 101.1㎜, 파주 판문점 91㎜ 등 1시간에 10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린 곳도 있는 것으로 기상청은 집계했다.
이날 문산읍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출근하던 회사원 정인규(52)씨는 “자유로 당동나들목(IC)으로 들어서는데 폭우가 내려 순식간에 2개 차로가 물에 잠겼다”며 갑작스러운 폭우에 목숨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문산읍 또 다른 주민은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이 비가 쏟아졌다”며 “빗줄기가 워낙 거세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 파주시와 연천군 등 경기북부 8개 시·군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1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당동삼거리 인근 도로가 침수돼 있다.
이날 문산읍 일대에는 오전 7시 3분까지 한 시간 동안 100㎜가 넘는 강수량이 관측됐다.
뉴시스 |
 | 물빠진 일산 지하도 배수작업 수도권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커뮤니티센터 지하도가 침수된 가운데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배수로 정비 등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이른 오전부터 굵어진 빗줄기에 수도권 주요 도로 곳곳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오전 7시40분부터는 자유로에서 당동IC로 진입하는 도로가, 오전 8시30분부터는 의정부 동부간선도로, 시내 지하차도가 통제돼 출근길 차량이 우회 운행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도 이날 오전 9시7분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JC) 교통을 전면 통제했다.
열차 운행도 멈췄다.
이날 오전 8시 경원선 의정부역∼덕정역 구간, 오전 8시30분부터는 망월사역∼의정부역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됐다.
전동차 운행은 50분 만인 이날 오전 8시50분쯤 전 구간에서 재개됐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5분부터 두 시간가량 ITX-청춘열차와 경춘선 열차가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했다.
충남 논산시에서는 이날 오전 6시16분 축사 처마가 무너지면서 축사주인 A(58)씨가 숨졌다.
경찰은 축사에 나갔던 A씨가 순간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에 떨어져 나간 처마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는 빗길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
 | 강원 중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17일 강원 춘천댐이 수문을 개방하고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뉴스1 |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춘천댐 수문 2개를 열고 초당 250t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의암댐도 같은 시각 수문 1개를 열고 초당 500t 물을 방류 중이다.
춘천·의암댐 수문 개방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현재까지 대피한 인원은 충북 1명, 충남 94명, 전남 280명, 경남 185명 등 총 560명이다.
전남 광양에서는 135세대 143명이 산사태 위험으로 사전에 대피했고, 충남 부여에서는 23세대 30명이 침수와 산사태 우려 등으로 몸을 피했다.
침수 피해차량은 2100대가 넘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손해보험사 12개사에 접수된 침수피해 차량은 2161대로 나타났다.
추정 손해액은 196억4200만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호우 대처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날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 개최를 연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연기 후 지역별 호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대처에 집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은 기상청 예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수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앞서 8일부터 10일까지 누적 강우량 231㎜의 폭우가 쏟아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영양군 입암면은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이날 토사물을 제거하고 수리 등 시설 복구에 나섰다.
이병훈·박지원 기자, 파주=송동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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