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6일 기준 8.4%만 출근
“서울대병원 등 무응답자 곧 처리”
의료공백 장기화에 응급실 파행
수련 특례 놓고 전공의간 갈등도
정부는 ‘상급병원 구조전환’ 박차
전국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을 앞두고 전공의 1200여명이 하루 만에 사직 처리됐다.
특히 ‘빅5’ 병원 전체 전공의의 38%가 사직 처리됐는데, 정부 방침대로 이들 병원이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처분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의 8.4%(1157명)가 출근했다고 17일 밝혔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복귀자는 15일에 비해 2명 늘었다.
하지만 전체 레지던트 1만506명 가운데 사직자는 1302명(12.4%)으로 전날(86명) 대비 1216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빅5’ 병원 레지던트 사직자는 하루 만에 716명이나 추가돼 사직률이 38.1%(732명/1922명)로 뛰었다.
이는 ‘빅5’를 포함한 상당수 수련병원이 ‘15일까지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직 처리하겠다’고 전공의들에게 보낸 공지를 실제 이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서울대·분당서울대·보라매·분당차병원도 무응답자 사직처리를 추진 중으로, (결과를) 17일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직 처리되는 전공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공의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 우려도 제기된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낸 2월이 아닌 사직서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를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 삼겠다는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주까지 원고 250명가량을 모은 법무법인 하정의 강명훈 변호사는 “신청 인원이 너무 몰려 지난 주말 모집을 잠시 중단했고, 다음주부터 다시 모집할 예정”이라며 “전공의 사직이 시작되면서 참여 인원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공의 사직시점 외에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의 위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가을 수련’에 얼마나 동참할지 알 수 없지만 지방 전공의가 ‘빅5’ 등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수련 특례’를 두고 병원과 교수, 전공의들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교수나 선배들은 다른 병원 전공의들이 와서 제자·동료 자리를 뺏으려 한다는 시선이 강하다”고 전했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의료공백 장기화를 견디다 못한 전문의들이 잇따라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최전선인 응급실의 파행도 이어지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 문제가 불거진 국립중앙의료원·속초의료원·순천향천안병원 응급실에 이어 다른 병원에서도 전문의의 이탈 조짐이 보이며 ‘의료공백’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복귀가 일단락되는 것과 별개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9월 시행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의료개혁특위에 따르면 정부는 ‘빅5’ 등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병상을 최고 15% 늘리고 중증 입원 환자도 최소 16% 늘려 중증·응급환자 비율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비현실적 환상”이라고 지적하고 “수련병원은 그동안 재정적 여력이 없어 전공의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해 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영·이정우·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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