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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핵무기 37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이 발표한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23년 9월 기준 보유한 핵탄두는 모두 3748개다.
이는 핵무기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회계연도 1967년 말 3만1255개보다 88% 감소한 것이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냉전 종식기였던 1989년과 비교하면 83% 줄었다.
핵무기 비축량에는 실전에 바로 배치될 수 있도록 준비된 핵탄두와 일부 장치가 제거돼 무기고에 보관되는 핵탄두가 포함된다.
핵무기 비축량에 대한 공개 수위는 행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첫해인 2021년 핵무기 관련 자료를 공개했지만, 이후 2021~2023 회계연도에는 기밀로 두고 공개요청을 거부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했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인 2009∼2017년 핵무기 투명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핵무기 비축량을 다시 기밀로 전환했다.
NNSA는 "각국 핵무기 비축량의 투명성 제고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약속을 비롯해 비확산, 무장해제 노력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핵무기 투명성 정책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 등 미국 동맹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보유 관련 기밀 수위를 낮추고 있다.
반면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 같은 추세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4년 연감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지난해 410개에서 올해 500개로 늘었다.
러시아도 각종 국제 규제에도 불구하고 핵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러시아는 반대, 중국은 기권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제도 자체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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