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본격화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의료 행위에 대해 보상을 더 주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단기적인 대책으로 내년부터는 병원의 응급실 진료 보상을 확대하고, 휴일·야간 수술 등에 대한 보상도 더 올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올해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의원·병원의 환산지수를 올해보다 각각 0.5%, 1.2% 인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보통 ’수가‘로 표현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 가격은 개별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와 이에 대한 점수당 단가 및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의 곱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점수당 단가를 ’환산지수‘라고 한다.
환산지수는 매년 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의원, 약국, 한의사, 약사, 조산사 등 7개 단체와 협상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올해 5월 협상에서 병원과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와는 협상이 이뤄졌다.
당시 결렬됐던 병원과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이날 건정심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날 병원의 환산지수는 동네 의원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됐는데, 이는 최근 몇년간 의원의 환산지수가 병원보다 더 많이 오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주로 중증·응급 환자들이 가는 병원보다 동네의원의 진료비가 높은 ‘수가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병원의 야간·공휴일 수술·처치·마취료 가산율을 50%에서 100%로 인상하고, 응급실의 응급 의료 행위 가산율은 50%에서 150%로 인상한다.
의원급에만 적용되던 토요가산(진찰료 30%)을 병원에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응급 환자나 주말 수술 등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의원에는 초진·재진료를 4%씩 인상하기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산지수는 모든 의료 행위에 획일적으로 적용돼왔기 때문에 일부 수가 체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행위부터 집중적으로 보상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수가 결정 체계를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휠체어 옆을 지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의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제가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있는데, 오늘 위원회 논의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의 두 축을 이루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해 합리적인 수가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평가 행위에 대한 집중 보상을 비롯한 보상체계의 공정성 강화를 통해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환산지수 차등 적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의원급 환산지수 0.5% 인상 및 초·재진료 4% 인상’ 결정에 대해 좌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찰료 일부 수가만 인상해 생색을 내면서 정부가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는 외과계 죽이기에 앞장서며 저수가로 허덕이는 일차의료기관을 다시 한 번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애초 투입하기로 했던 재정을 환산지수 및 진찰료 인상 등으로 나눈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말로만 떠들어온 정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증명됐고, 저수가로 일관하는 행태에 의료농단사태 해결의지가 전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면서 “법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무소불위 불통 정부에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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