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범행 동기·피해 규모 볼 때 죄질 무겁다”
문전박대에 화가 나 집에 불을 질러 전 아내를 살해하려 한 6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 | 화재 현장 모습. 괴산소방서 제공. 뉴스1 |
청주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현조건조물방화, 살인미수,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23일 오후 7시40분쯤 충북 괴산군 소수면 한 판넬형 조립식 주택에 불을 질러 전 아내 B(60)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결합 요구를 위해 B씨를 찾은 A씨는 문전박대에 화가 나 창고에 있던 휘발유로 주택 현관과 내부에 불을 질렀다.
B씨는 화장실 창문으로 탈출해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A씨는 가정폭력으로 지난해 4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후 B씨에게 지속 접근한 게 발각돼 2달간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7월7일 오후 6시15분쯤 괴산군 소수면 소암저수지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37% 상태로 면허 없이 8㎞ 구간을 운전한 혐의도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2번의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전력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방화의 목적이 B씨를 주택 밖으로 불러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정 행위로 타인의 사망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이나 위험이 예견된다면 살인의 범의로 충분하다고 봤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주택 내부에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일한 출입 수단인 현관문 근처에 불을 질렀다”면서 “방화로 피해자가 사망할 위험이 충분함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피해 규모를 볼 때 죄질이 무겁다”면서 “살인미수를 제외한 나머지 죄를 인정하는 점, 다행히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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