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인천 아파트 현장
“폭염에 에어컨도 물도 못 틀어
도저히 집에 머무는 게 불가능”
일부 전기차 트라우마 호소도
경찰·국과수, 합동감식 진행
“전기차 화재로 일상이 완전히 멈췄어요.”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입주민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매일 반복되던 하루가 1일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난 화재로 한순간에 고통으로 바뀐 탓이다.
당시 사고로 단전·단수가 5일째 계속되며 폭염 속 주민 불편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에어컨을 틀 수도, 물도 나오지 않아 도저히 집에 머무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전쟁통도 아니고 차량 1대 폭발로 1500여가구 아파트가 붕괴된 것 같고 구성원들은 모두 패닉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 5일 인천 서구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이 폭염 속 급수차에서 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480가구에 전기가 끊기면서 냉장·냉동고에 있는 음식물도 다 상했다는 한 주부는 “밤에는 어두워서 못 들어가고 낮 시간을 이용해 엉망이 된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음식 썩는 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으며 진동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의 고층에 거주 중이라는 40대 한 직장인은 어린 자녀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내렸다.
가까운 친척 집에 머물며 정리되는 상황을 지켜볼 예정인데, 승강기 운행마저 멈추면서 당장 필요한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당초 관할 구청은 복구 시점을 사고 직후 2∼3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 더욱 답답함을 호소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서구 측은 수돗물과 전기 공급을 이르면 각각 6일, 7일에 가능한 것으로 알렸지만 이마저도 현장 상황에 따라 더뎌질 수 있다.
인근 대피소로 몸을 피한 이들은 전기차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한 주민은 “새벽에 방송을 듣고서 잠옷 바람으로 아이를 깨워 겨우 수건으로 코와 입만 막고 내려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집 앞만 가면 숨이 턱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 5일 인천 서구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
전날 소방당국의 협조로 가정에 들렀다는 중년 여성은 시커먼 분진을 뒤덮어 쓴 소파, 식탁 등의 살림살이를 본 자리에서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화재로 주차된 전기차나 충전소만 봐도 겁이 난다”면서 재차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합동감식을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했다.
감식팀은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서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을 수거하려 했으나 위험성이 제기돼 분리 작업을 중단했다.
이 차량은 3일 가까이 주차돼 있던 상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시민 400여명이 무더위 속에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