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 등과 관련해 대통령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경제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포기로 민주당 새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바이든보다 더 나쁘다"고 깎아내리며 대선 캠페인 전략도 전혀 바꾸지 않았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Fed)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등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발언권을 요구했다.
그는 "나는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했다"면서 "많은 사례에서 내가 Fed 당국자들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중요시해 온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오랜 원칙 또는 관행에 어긋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재임 시에도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등 통화정책에 개입하고자 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도 자신이 승리할 경우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몇차례나 밝혀온 상태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월가의 뛰어난 사람들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으면 공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오는 11월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직한 선거가 전부"라고 답했다.
승복 여부에는 확답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승리해야 정직한 선거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했던 1·6 사태를 연상시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BS 뉴스 인터뷰 일부 발췌록에서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란 그의 말은 진심"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자신의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이 확정된 이후 첫 공식석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최근 선거 캠페인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부통령과 경쟁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나쁜 검사', '급진 좌파'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자신의 대선 상대가 바뀐 데 따른 전략 조정에 대한 질문에는 "전혀 조정하지 않았다"면서 "뚫린 국경, 취약한 범죄 등 (바이든과) 똑같은 정책"이라고 답했다.
이어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나쁘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9월 중 3차례 TV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는 "토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폭스뉴스, NBC, ABC뉴스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측 캠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 방송사와 합의한 TV토론 일자는 폭스 9월4일, ABC 9월10일, NBC 9월25일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청중과 장소를 포함한 세부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해리스 캠프가 동의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해리스는 무능하고 인터뷰를 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ABC뉴스는 당초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차 TV토론이 예정됐던 9월10일에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토론이 확정됐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폭스, NBC 토론의 경우 아직 불확실하다.
경합주 릴레이 유세 중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토론에 나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유세 중 피습과 관련해 "대단한 샷이었지만, 빠르게 치유됐다"면서 "청력 손상이 전혀 없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귀에 흉터가 남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조금 남았다.
크지는 않다"고 답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적 모멘텀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공화당 전당대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유세를 자제하는 가운데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망언 논란이 잇따른 반면, 민주당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확정하고 공동 유세를 떠나며 점점 기세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상당수가 거짓이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나온 발언들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2021년1월6일 의사당 난입사태 당시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러명이 죽었고 그 중 1명은 트럼프의 지지자"라고 꼬집었다.
일간 가디언 역시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거짓말이 있었다"면서 "자신의 군중이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당시 군중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연설에 약 5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킹 목사의 연설을 듣기위해서는 약 25만명이 모였었다"고 전했다.
CNN방송 역시 여러건의 팩트체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민주당 지지를 공식화한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찾아 연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정의를 위해 서 있다.
우리는 평등을 위해 서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숀 페인 위원장은 이들을 '파업 중인 노조원들의 피켓 라인에 있던 두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트럼프는 절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