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음식문화거리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상윤씨(27)는 “일회용 컵은 먹고 바로 버리는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데 지금 시행되고 있는 수거 방식은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라 썩 내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미리씨(40)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며 “사업 목적이나 효과가 불분명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플라스틱 커피잔이 들려있었다.
빈 컵은 일반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려졌다.
서울시에서 일회용 컵 회수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으나 회수함이 설치된 카페에 찾아가 컵을 처리하는 시민은 보이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해당 사업에 관해 설명해드려도 다들 원래 하던 대로 한다"며 “극소수의 고객들만 일회용 컵을 반납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카페 수거함은 설치된 지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휑했다.
카페 사장 박로준씨(32)는 “수거업체에서 매주 월·수·금요일에 일회용 컵을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컵이 충분히 모이지 않아 아직 수거를 한 번도 안 했다”며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하지만, 하루에 2~3개꼴로 반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은 종이컵 172억개, 플라스틱 컵 59억개 등 총 231억개다.
연간 배출되는 종이컵(20만1000t) 중 87.1%(17만5000t)는 종량제봉투에 담겨 소각돼 분리배출은 12.9%(2만6000t)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컵도 배출량(6만1000t)의 54.1%(3만3000t)는 종량제봉투에 담겨 폐기된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광화문~남대문 일대 ‘에코존’에서 ‘일회용 컵 회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소비자가 포장용으로 사용한 일회용 컵을 회수해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식별 코드가 각인된 전용 일회용 컵을 무인회수기에 반납하면 개당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기존 에코존 사업 목적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시행이었으나 현재는 그 목표가 사라져 다른 사업들의 목적과 기대효과가 전부 모호해졌다”며 “일회용 컵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