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성폭행 등 혐의를 받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에 대한 중요 증거 중 하나인 피해자 녹음 파일에 대해 데이터(포렌식) 전문가와 소리 전문가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 법원 판단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대전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김병식)는 지난 22일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씨에 대한 2심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심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될 정도로 검찰과 정씨 변호인 간 법리 다툼이 치열했다.
 | |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 JMS 공식 유튜브 캡처 |
이날 공판의 최대 쟁점은 두 가지. 고소인들이 제출한 음성 녹음 파일 사본 4건에 대한 편집·조작 여부와 세뇌에 의한 항거불능한 성폭행이다.
특히 녹음 파일 사본들에 대한 증거 능력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상반됐다.
검찰이 신청한 포렌식 전문가 A씨는 이날 법정에서 “아이폰 고유의 파일 특징이 10가지가 있다면 증거로 제출된 녹취 파일들이 이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사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기종에서 녹음된 파일의 데이터 정보를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해당 녹취 파일이 아이폰 녹음만 거친 순수 파일의 구조와 일부 다른 부분도 있지만 검찰 의견서에 담긴 증거 경로를 토대로 실험한 결과 한 메신저 앱을 통해 전송하면 녹취 파일과 같은 구조로 변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기로 녹음된 파일이 왓츠앱 등 특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을 통해 전송되면 파일구조가 자동으로 바뀌는데 이 부분을 제외한 특이 사항은 없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원본 파일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복제하며 재녹음, 위변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씨 변호인이 신청한 배명진 숭실대 교수(소리공학연구소장)는 “총 4차례 걸쳐 감정을 진행했는데 1∼3회까지 소리 파형을 가지고 분석한 결과 편집 또는 조작 과정이 없는 한 발생할 수 없는 특이점이 수십여 가지에 달하는 만큼 전반적으로 편집·조작됐다는 감정결과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어 “4회 감정 과정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추가 증거를 발견했는데, 음성 녹음 파일 초반에 컴퓨터 마우스 클릭 소리가 3번 들렸고 얼마 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어어’ 비명 소리가 녹음된 것을 발견됐다”며 “소리를 분석하는 툴(프로그램)로 확인한 결과 (비명 소리를 지른 사람의 목소리는) 화자와 다른 제3의 남성 소리였다”고 주장했다.
제 3자가 휴대전화를 틀어놓고 재녹음하는 과정에서 마우스 조작 소리가 같이 녹음됐고, 넘어지면서 소리를 지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 자체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씨 변호인은 소리공학연구소 이외 다른 전문기관에서도 제3의 남·여 목소리가 확인이 되는 감정결과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항거불가능에 대해 정씨 측 변호인은 “원고들의 과거 방송 인터뷰×를 보면, JMS 실세는 따로 있고, 신도들도 속으로 정씨를 무시한다고 언급한다”며 “항거불능 상태는 심신미약이 아닌 심신상실 상태인데, 이들이 종교적 세뇌에 의한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따로 조사한 적도 없고, 입증도 안 된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정씨는 출소 이후에도 수천 명 신도들에게 설교하며 메시아의 지위에 있었다”며 “항거불능을 꼭 심신상실 상태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심리상태는 이미 진술을 통해 많이 나타났고, 성관계를 한 구체적 동기, 반복적 피해를 보는 도중 작성한 기록상 항거불능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증거를 1심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치열한 공방에 다음 기일인 27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여신도 2명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준강간, 공동강요 혐의로 주치의 A씨, JMS 인사담당자 B씨 등과 함께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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