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국회 제출자료 ‘부실’
가·피해자 4071명 수치보고
목격자·참고인·전언자도 포함
뒤늦게 기사 정정요청 등 소동
정부가 국회 보고자료에서 북한인권침해 기록 수집 실적으로 ‘가·피해자’ 유형만 거명하며 4071명이라고 했다가 보도가 확산한 뒤, 뒤늦게 직접 상관없는 제3자가 포함된 수치였다고 확인했다.
북한 인권침해 관련 정부의 통계 자료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8년이 지났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여전히 진전이 없고, 또 다른 한 축인 북한인권침해 실태기록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북한인권침해 실태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 사진=뉴시스 |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2024년 북한인권 증진 추진현황 국회 보고’ 자료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했다.
2016년 10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정부가 매년 북한인권증진활동을 보고하게 돼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범정부 추진 실적이 담긴 해당 보고자료에 따르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2017년 1월 인권기록보존 시작 이래 가해자·피해자 등 인명카드 4071장을 작성했다”고 기재했다.
해당 자료를 인용해 대다수 언론의 ‘정부, 북한 인권 가해자·피해자 4071명 기록’이라는 보도가 확산하자 3일 후인 2일 법무부는 언론사들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등’이 중요하니 기사와 본문에 ‘등’을 넣어달라는 취지로 요청을 해왔다.
법무부는 총 세 차례 ‘등’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중요성을 뒷받침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세계일보가 추가 취재에 들어가자 ‘등’에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건과 무관하나 참고할 만한 증언을 한 “참고인 등 넓은 개념의 제3자”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자료를 받은 국회 외통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가해자 및 피해자 수치로 오해될 만하다”고 했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서에 영구보존되는 기록은 향후 통일 또는 가해자를 처벌할 때가 오면 실질 처벌하기 위한 근거가 된다.
지난해 8월 보존소 현판식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북한 지역에서 범해진 인권침해 범죄행위를 나중에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따라 형사처벌하기 위한 법적 증거를 모으고 보관하는 굉장히 실무적인 기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법적 처벌을 받을 인원, 피해 구제 효과를 볼 인원과 같은 직접 당사자만 4071명이라는 것과, 그 외 참고인 등을 포함해 4071명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사실이다.
향후 통계 오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인권침해 실태나 가해자 수집 실적을 부풀린 효과를 보기 위해 과장 보고를 한 것인지, 모호한 보고를 한 의도를 묻자 법무부 관계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문재인정부 때는 북한을 자극할까봐 비공개했던 데이터를 윤 정부 들어서는 공개도 하고 더 많이 활성화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향후 통계를 더 정확히 발표하기 위한 기준 마련 등이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예진·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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