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중학생과 성매매한 40대 남성이 "약을 먹고 콘돔을 사용했으므로 전파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6일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9)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7월 중학생 B양을 불러내 자신의 차량에 태워 여러 차례 성매매를 하고, 대가로 현금 5만원과 담배 2갑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양과 올해 초 채팅 앱을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2006년에 에이즈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고혈압·당뇨약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해 차량에 들렀다 에이즈 치료용 항바이러스를 발견한 것. B양은 성병 감염 검사 결과 전염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B양은 A씨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성병 전파 가능성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알고 있었지만 피임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성관계를 맺으면 에이즈 전파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묻자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했기 때문에 감염 우려는 낮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또 다른 여성과 성매매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증거물 분석) 하는 등 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수사 진행 상황을 살펴본 뒤 오는 12월 20일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는 "A씨가 2011년, 2016년에도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하는 등 지속적인 범죄를 저질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당시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아 재범한 것"이라며 철저한 여죄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달 YTN 뉴스퀘어2PM을 통해 "에이즈예방법상 전파 매개 행위 금지 규정에 따라 감염인이 혈액이나 체액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를 하면 안 된다"며 "그런 행위를 한 것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여러 가지 범죄 혐의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전과까지 고려해 엄중한 처벌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