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낙점됐다. 머스크 CEO가 한때 밀었던 가상화폐 '도지(DOGE)코인'에서 이름을 따온 기관으로, 정부 지출 2조달러를 삭감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효율부의 역할과 법적 지위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머스크 CEO 지명 발표에서 정부효율부가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적인 지출을 줄이고, 연방기관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정식 부처가 아닐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통령이 공공 및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자문받을 수 있도록 한 연방자문위원회법에 의거한 형태로 추정한다.
정부효율부를 이끌 머스크 CEO와 인도계 기업인 라마스와미도 공식 직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들이 무급으로 연방기관이나 백악관에서 최대 130일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 정부 직원 형태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 CEO와 라마스와미는 주식 백지 신탁과 같은 제약이 있는 장관이 아닌 고위급 위원회 수장 자리를 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개인 자산을 공개하거나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토론과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연방윤리법은 여전히 적용된다. 특히 정부 기관과 150억달러 이상 계약을 맺고 있는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 CEO에겐 더 복잡한 문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직 정부 관료 등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정부에서 역할을 맡게 되면 이해 상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에 대해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했다. 일종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백악관과 관리예산국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전에 없던 정부에 대한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운동 기간 교육부를 폐쇄하고, 정책과 자금조달의 통제권을 주에 되돌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사안이 정부효율부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대선 기간 2조달러 정부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정부 개혁을 예고했다. 428개에 달하는 연방 기관이 너무 많고 중복되는 기관도 많다며 99개면 충분하다고 한 바 있다. 또 "정부를 효율화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파산하거나"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머스크 CEO가 테슬라와 엑스(X) 등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던 것처럼 연방 정부 및 기관에서도 대량 해고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실제 지출 삭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머스크 CEO가 밝힌 2조달러 지출 삭감은 미 연방정부의 연간 지출 6조700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이끄는 노력은 이전의 적자 감소 노력을 좌절시킨 것 같은 정치적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의회가 머스크 CEO의 정부효율부 수장직을 승인할 필요는 없으나 지출권을 갖고 있다. 정부효율부에서 결정된 예산 삭감 정책이 의회를 통과해야 실제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실질적인 지출 삭감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CBS는 의회가 수백만명의 유권자에게 인기 있는 사회보장, 메디케어와 같은 정책이나 안보 관련 지출을 삭감하는 데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의회가 철회하지 않는 한 대통령은 의회에서 집행이 결정된 돈을 지출해야 하도록 규정하는 예산집행금지법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관측한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