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모텔 화재’ 31년 소방관의 기민한 대처…대형 참사 막았다
1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베테랑 소방관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로 큰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8분,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식당 내부를 모두 태우고 약 1시간 만에 초진됐다.
 | 17일 새벽 3시 38분 경기도 안산시 소재 6층 짜리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불이 난 건물 외벽의 유리 창문이 모두 깨져있다.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은 인명 구조를 위해 유리창을 깨면서 건물 5∼6층에 있는 모텔로 올라가 투숙객들을 구조했다.
소방재난본부 |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건물 전체로 확산, 특히 5층과 6층에 위치한 숙박업소로 위협이 커졌다.
당시 모텔에는 수십 명이 투숙 중으로, 화재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 투숙객을 포함한 52명이 무사히 구조됐다.
이 중 31명은 연기 흡입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중상자로 분류된 2명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테랑 소방관의 발 빠른 판단 빛났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한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박홍규 소방위(31년 경력)는 "도착 당시 건물 내부는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차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투숙객들의 구조 요청이 계속 들어와 긴급히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박 소방위는 열기와 연기로 내부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물 층별 계단에 있는 큰 창문을 발견하고 이를 파괴해 환기를 유도했다.
그는 "창문을 깨 열기와 연기를 빼내면서 구조팀이 위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감한 판단 덕분에 구조대원들은 5층과 6층에 갇힌 투숙객들에게 접근해 구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구조 성공, 3달 전 ‘부천 호텔 화재’ 교훈에서 비롯된 훈련 덕분
5층 복도에서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진 투숙객을 포함해, 각 객실로 연기가 유입된 상황에서 구조 작업은 초 단위로 진행됐다.
박 소방위는 "투숙객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한 명씩 안전하게 대피시켰다"며 "건물을 10여 차례 오르내리며 구조와 인명 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의 성공은 석 달 전 부천 호텔 화재의 교훈에서 비롯된 체계적인 훈련 덕분이었다.
당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으며, 일부 투숙객은 에어매트를 이용한 탈출 시도 중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이후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 전개 훈련과 현지 적응 훈련을 강화했다.
박 소방위는 "부천 화재 이후 구조와 대응에 대해 많은 훈련과 논의를 거쳤다"며 "이번 화재 현장에서 그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침착한 대처, 수십 명의 생명 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소방 측은 "훈련 강화 덕분에 구조대원들이 초기 대응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박 소방위와 구조대원들의 침착한 대처는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사례는 화재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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