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다산콜재단이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2018년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안 시행 후 6년이 흘렀어도 고객, 민원인의 강성·악성 행위는 여전하다.

서강숙 120다산콜재단 민원관리부장은 2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 부장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20다산콜에 접수된 악·강성 민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올랐던 2021년~2022년 급격하게 증가했고, 5년간 법적조치도 35건에 달했다.

실제 약 15년간 주택 내 모기물림 등 부당한 민원을 비롯해 문자 성희롱, 욕설 등 약 1147건의 민원을 접수한 시민도 있었다. 약 1시간 40분 가량 전화를 끊지 않고 민원(불법주정차)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상습·반복 제기를 통한 담당자 괴롭힘 등 특이민원도 빗발쳤다. 조덕현 국민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등 309개 공공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가장 빈발하게 발생한 특이민원은 상습·반복 제기를 통한 담당자 괴롭힘으로, 48%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언·폭행(40%), 신상공격을 위한 일명 좌표찍기(6%) 순이었다.

특이민원은 정당한 행정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반적인 민원과 다르다. 민원담당자의 신체적·정신적피해는 물론 민원서비스 질적저하를 불러 기관 차원의 특별한 관리·대응이 필요한 민원이다.

서울시 120다산콜재단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감정노동자의 노동권익 보호와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감정노동종사자와 전문가, 관계기관, 시민 등의 의견을 모았다. 상담사 보호조치, 법적보호 체계 구축, 사회적 인식변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악·강성 민원종합대책'과 법률·의료·사회 등 각 분야별 대응방안과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콘퍼런스에 앞서서는 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경기도·충남·경남·강원 등 10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자치단체 콜센터협의체' 출범식이 진행됐다.

협의체는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유연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악·강성 민원 대책 마련과 콜센터 상담직원을 위한 제도개선 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향후 협의체는 △(상담역량 강화 공동노력)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 발달에 따른 상호교류 △(상담 통계 기준 표준화 마련) 콜센터 운영지표 관련 통계 산출방식 및 용어 정의 협의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 재난, 사건·사고, 감염병 등 예측 불가능한 긴급 상담 사례 발생 시 대응 체계 마련 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이재 120다산콜재단 이사장은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는 10명 중 4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감정노동자의 노동권익보호는 물론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120다산콜센터는 상담사를 위한 민원대응 방법과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담긴 매뉴얼부터 노동자 보호 종합대책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적극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