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항생제 의미와 용도 오해 “내성 심각성 깨닫고 올바른 사용 위해 노력”
김모(45)씨는 감기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 결과 단순한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지만, 김 씨는 빠른 회복을 위해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항생제가 빠른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잘못 믿고 있었으며, 결국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몇 년 후 김 씨는 폐렴에 걸려 병원을 찾았으나,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의료진은 김 씨의 과거 항생제 남용이 원인이 되어 세균이 내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항생제가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치료 가능한 약물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항생제의 정확한 의미와 용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계와 일반인 모두가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깨닫고, 올바른 사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24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일반인 800명과 의사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절반 수준(52.9%)만이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어 치료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치료 가능한 항생제의 선택 폭을 좁히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중증 감염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 중 항생제가 세균 감염 질환 치료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28.1%에 불과했다. 나머지 70% 이상은 항생제가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잘못 믿거나, 항생제의 용도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의사의 경우 응답자 69.6%가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내성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55.9%)과 ‘환자의 임의적인 항생제 복용 중단’(22.1%) 등을 꼽았다. |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항생제 사용 지침을 준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53.6%)이 ‘지침에 따라 충실히 처방한다’고 답했으며, 불필요한 경우에는 59.1%가 ‘처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며 항생제 내성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8%에 불과했지만, 전체 입원 환자의 75%가 항생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WHO는 이미 2019년에 ‘항생제 내성’을 10대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항생제 내성의 주된 원인은 과잉 및 부적절한 사용이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1.2배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항생제 중 약 30%는 부적절한 처방으로 지적된다. 질병관리청은 WHO가 지정한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11월 18~24일)을 맞아 국민의 항생제 내성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국민들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내 ‘정책정보’ 섹션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려면 의료계와 일반인 모두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진은 처방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일반인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를 복용하며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항생제 내성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올바른 지식 보급과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캠페인과 더불어 지속적인 교육,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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