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 관련 국제협약에 구체적인 생산감축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했다.

김 장관은 25일 부산 수영구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마련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에서 기자들을 만나 “협약이 (성안) 되어도 수치가 나올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INC-5는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국제협약을 논의하는 자리다.
총 네 번의 회의를 했는데, 부산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하는 회의가 마지막이다.
유럽연합(EU) 측에서는 생산물질인 ‘폴리머’를 직접 규제하는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고 있지만, 산유국 측에서는 재활용률을 높이자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INC-5 전후로 유의미한 협약을 만들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협상에 (감축) 숫자를 가지고 (논의)하자는 국가가 있다면 아마 합의되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그렇게 가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치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대로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플라스틱의 생산 감축이 “가야 할 길”이지만, 협상 분위기를 고려하면 감축 목표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아직도 INC-5 회원국들은 어떤 문건을 논의할지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INC는 직전 네 번의 회의를 통해 77페이지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견만 3000여개에 달한다.
이에 의장이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이 최종적인 제안문을 만들었지만 반대 의견이 많다.
제안문에 생산 감축 논의가 있어 산유국들이 크게 반발한 영향이다.

김 장관은 “10시 개막식 끝나고 1시까지 회의하면서 의장 제안문을 가지고 논의하자는 것 자체에 찬성을 못 이뤘다”면서 “77페이지 보고서와 의장 제안문을 둘 다 얘기하자는 국가도 있다.
팽팽하게 대립 중인 게 현재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주최국인 한국 정부도 감축 목표치를 명시해야 한다고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재생원료 사용 인구 비율을 높이거나 페트병에 들어가는 함량이나 두께 줄이는 등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생산과 소비에 대해서도 “리필을 많이 하거나 다회용기 많이 이용하도록 하는 지원을 통해 줄이는 방식으로 가려 한다”고 얘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실효적인 협약문 마련을 위한 다양한 중재안을 제시 중이다.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플라스틱부터 줄여나가는 이른바 단계적 접근방식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목록화하는 ‘구속서’를 유엔환경계획(UNEP) 측에 제안했다.
문건에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우선 규정하고, 나중에 해당 제품 및 물질을 규제하거나 없애자는 일종의 대안책이다.

한편 협약과는 별개로 환경부는 자체적인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국제사업을 국회에 냈고 재정 당국 및 국회와 증액하기로 얘기했다”며 “매년 50억원을 마련해 한국이 선진적으로 하는 폐기물추적관리제도를 다른 나라에 전파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민간자금과 병행해 개도국을 지원하고 비즈니스도 같이 할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