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형 보험사가 '996 근무자 전용 보험'을 출시해 과로 근무 문화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996 근무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출근하는 것으로, 이 보험 상품은 과로사 등과 관련한 보상을 제공한다.

29일 샤오샹모닝헤럴드 등 현지 매체는 최근 중국 핑안보험이 내놓은 '996 열정근무 걱정제로 보험'에 대해 보도했다.
이 상품은 과로사 또는 사고와 관련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으로, 연간 보험료는 최소 18위안(약 3200원)이다.
보험 가입자가 과로나 사고로 인해 사망할 경우 최대 60만 위안(약 1억700만원)까지 보상받는다.

보험사가 공개한 광고에는 '야근이 두렵지 않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당신의 꿈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라'는 문구와 함께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이 광고를 접한 한 보험설계사는 "돌연사나 사고에 대한 보장은 일반적이지만, 이 광고는 996과 같은 불합리한 초과근무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핑안보험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이 상품은 다른 보험사와 협력해 출시했으며, 현재 자사 플랫폼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개인 가입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 상품으로 만들어 직원 10명당 연간 3500위안(약 62만원)의 보험료로 돌연사와 의료사고 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 '996 근무'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20년 만에 최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같은 해 4월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8.8시간으로 2003년 주당 노동시간을 집계한 이래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40시간)를 보장한 노동계약법 규정보다 8.8시간 많은 것이며, 주 5일 근무제로 계산하면 하루 9.76시간 일한 셈이다.

특히 정보기술(IT)업계와 스타트업 기업은 '996 근무제'를 관행으로 삼고 있어 과로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 최대 에어컨 생산업체인 그리(Gree)가전 회장인 둥밍주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는 2022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996 근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검찰이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웨이신 등 일부 대형 IT 업체들은 '1065 근무제(오전 10~오후 6시, 주 5일 근무)' 도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업체는 여전히 996 근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