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女, 교특법상치사상혐의 불구속 송치
“후진 중 급가속…페달 오조작한 듯” 진술
강원 속초에 여행 온 모녀를 치어 딸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고령 운전자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보급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속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6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24일 속초시 영금정 인근 도로에서 K8 승용차로 후진하던 중 보행자 B(68)씨와 B씨의 딸 C(43)씨를 치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공개된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도로변에 비상등을 켠 채 서있던 K8 승용차가 후진을 하는가 싶더니 별안간 빠른 속도를 내 보행자들을 덮쳤다.
50m가량 넘게 달리던 승용차는 주차된 차량 5대가량을 들이받은 후에야 겨우 멈춰 섰다.
뒤에 있던 남성 보행자는 가까스로 차를 피했으나 여성 보행자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고 B씨 역시 크게 다쳤다.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모녀는 속초를 여행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음주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 | 지난 7월24일 오후 강원 속초시 영금정 인근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후진하며 보행자 2명을 들이받는 모습. MBN 보도화면 갈무리 |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한 결과 브레이크 밟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진하던 중 차량이 급가속했다.
페달을 오조작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해 ‘급발진’ 주장 사고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국과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는 총 114건이다.
2020년(45건)과 비교하면 153.33% 증가했다.
운전자 주장을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가도 차량 결함으로 결론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과수는 급발진이 인정되려면 전자제어장치(ECU)와 브레이크 기계 오작동이 동시에 발생해야 하는데 이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페달 오조작 사고 4건 중 1건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고 있다.
페달 오조작 사고는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하다가 가속페달을 밟거나, 주차 중 갑자기 급가속하는 등 가속 페달과 감속 페달을 번갈아 밟는 상황에서 주로 나타난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 페달 오조작 관련 사고 발생은 총 1만142건으로 연평균 2008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령별로는 61세 이상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페달 오조작 사고에 취약한 만큼 페달 오조작 감지·차단 장치에 대해 의무화에 준하는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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