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향한 전방위 수사 확대
국수본, 이상민·여인형 등 긴급출금
검경 주도권 논란 속 공수처 가세
법원, 중복 수사에 “협의·조정하라”
특검 도입 되면 수사권 넘어갈 듯
검찰과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전방위적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사기관 간 중복 수사에 따른 비효율과 혼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법원은 수사 효율성을 이유로 이들 기관에 “서로 협의하고 조정해 영장을 청구하라”고 진화에 나섰다.
상설특검을 비롯한 특검이 도입될 경우 수사권은 결국 특검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7일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지막으로 이날까지 공식 일정 수행이나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
◆경찰·공수처도 ‘尹 피의자’
9일 검찰에 이어 경찰도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전환하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전날 긴급 출국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긴급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한 이들은 이 전 장관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4명이다.
이날까지 경찰이 접수한 고발은 총 5건이다.
피고발인은 총 11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경찰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고발함에 따라 한 총리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경찰은 국방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다만 구체적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정진팔 전 계엄부사령관, 전날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 공수처도 가세했다.
공수처는 고발에 따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공수처는 3일 사태 발발 직후 수사에 착수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해 온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처·차장을 제외한 검사 11명, 수사관 36명 중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이 투입됐다.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도 계속 수사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계엄 사건 수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법원 “중복 수사, ‘비정상적’”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전날 오동운 처장이 검경에 발동한 계엄 관련 사건 이첩 요청권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검경은 수사 대상자들과의 관계로 수사 공정성 논란이 있다”며 “고위 공직자의 부패 범죄 척결을 위해 설립된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검경, 공수처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동일인에 대한 유사한 내용의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하면서 법원이 이들 기관에 “수사의 효율성과 수사 대상자 기본권 보호 등을 고려해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일 경찰 특수단은 검찰을 통해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는데, 같은 날 공수처도 김 전 장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이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검경의 수사 주도권 경쟁이 실제 갈등으로 번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검찰이 방첩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에선 “검찰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경찰 특수단은 앞서 7일 저녁 서울중앙지검에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이와 별개로 하루 늦게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검찰 특수본이 먼저 영장을 발부받고 압수수색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경찰 일각에선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 상황이 새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중이다.
김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검찰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경찰이 검찰에 김 전 장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이틀 뒤인 8일 새벽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검경, 공수처는 너도나도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권한”이란 입장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은 없지만 직권남용죄 직접 관련성을 들어 내란죄 수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는 관련 규정이 검찰은 대통령령인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이라면서 일종의 우위를 주장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 같은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기소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말했다.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檢만 기소 가능…특검 귀결되나
법조계에선 ‘내란죄 기소권’은 검찰에 있는 만큼 검찰이 수사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특검이 가동된다면 특검 수사로 수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설특검을 못 박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도 ‘특검은 그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검,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담당 사건과 관련 사건의 수사 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 수사 활동의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발의한 상설특검은 이날 법사위를 거쳐 10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될 전망이다.
상설특검은 법원행정처, 대한변호사협회, 법학교수협의회에서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상설특검은 본회의 의결 즉시 시행된다.
일반특검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역대 특검 중 상설특검은 2021년 ‘세월호 참사 증거 조작’ 사건 특검이 유일하다.
이날 민주당은 일반특검도 제출했다.
일반 특검법엔 먼저 처리되는 상설특검 수사 대상과 인력이 흡수돼 일반특검이 최종 수사 주체가 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사무실을 구하고 인력을 파견받아야 하는데 출범까지만 적어도 한 달이 걸릴 것”이라면서 “관련자들이 증거를 파기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어느 세월에 도입해서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특히 “분초를 다투는 이번 사건에서 수사기관들이 ‘공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초동수사 단계에선 우선 동시다발적인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백준무·이종민·유경민·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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