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숏폼영상, 아이돌 응원봉, 자체 깃발 등 새로운 집회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윤석열 탄핵 챌린지' 등을 검색해보면 10·20세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여성 세 명이 캐럴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개사한 '탄핵이 답이다'라는 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는 '#탄핵 챌린지', '#윤석열 탄핵' 등의 해시태그(#)가 붙었다.

해당 영상의 캐럴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되는 집회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라져야 메리 크리스마스", "김건희 여사 벌 받아야 메리 크리스마스" 등으로 개사된 가사를 집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따라 불렀다.
현장에선 올드한 투쟁가 대신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며 콘서트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민지씨(24)는 "장시간 밖에 앉아있다가 보니 너무 추웠는데 수십만명이 모여 노래 부르면서 축제 같은 상황에 힘을 내고 있다"며 "이제 매주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도 평화롭게 탄핵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Z세대들은 아이돌 응원봉, LED 머리띠, 휴대폰·아이패드 네온사인 등을 들고 집회에 나왔다.
직장인 허모씨(28)는 "촛불이든 뭐든 목소리를 보태는 데에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에 있던 응원봉을 들고나왔다"며 "꺼지지 않는 응원봉처럼 윤석열이 탄핵당할 때까지 열심히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이모씨(22)도 "집회를 처음 참여해보는 거라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고 걱정은 됐지만 2016년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한 게 생각나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부터 챙겼다"며 "다 같이 흔드니 알록달록해 보기도 좋고, 연대가 잘 이뤄진 만큼 목소리가 더 크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당이나 노조 깃발이 아닌 '민주묘총', '전국얼죽코연합회' 등 자체 깃발도 등장했다.
이는 실제 단체명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담은 창작물이다.
김모씨(25)씨는 지난 7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집회에 '전국응원봉연대' 깃발을 들고 나갔다.
김씨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서 스스로 제작했다"며 "A3용지 두 장 을 덧댄 뒤 카메라 거치대에 붙여 직접 깃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집회 참여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젊은 세대에서 폭력적인 시위가 나타났을 때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그 대신에 구호를 외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즐기면서 집회를 일종의 축제처럼 바꿔나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쉽게 지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사회적 위세와 집단 영향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깃발 등을 통해 연대감과 결속력을 고취하는 것"이라며 "시위가 항상 근엄한 분위기 속에서만 이뤄진다면 오랜 기간 이어나갈 수 없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축제 분위기를 띠게 된다면 장기간 지속가능한 집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