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한 의대생…法, ‘징역 26년’ 선고에 피해자 유가족 분노
피해자 父, 피고인이 의대생이라는 점 판결에 영향 미쳤다고 주장해
“반성문에는 오직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만 있을 뿐 진정한 반성 없어”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대생 최모(25) 씨가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가족은 이에 강한 반발을 나타내며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20일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딸의 생명의 가치를 고려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형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딸의 꿈을 꾼다.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겠느냐”며, 피고인이 의대생이라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최 씨의 반성문에는 오직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만 있을 뿐,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문대 의대생이 1심에서 26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최씨의 모습. 뉴스1 |
피해자 측 대리인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유사 범죄를 반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형량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최 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신뢰하고 의지했으나, 피고인은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범행의 잔혹성을 질타했다.
이어 “청테이프와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 피해자를 여러 차례 공격한 점을 볼 때 살해 의도가 명백하다”며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이 요청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은 기각됐다.
앞서 최 씨는 지난 5월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A씨와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으나, 이를 알게 된 A씨 부모의 혼인 무효 소송 요구와 결별 문제로 갈등하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최 씨는 병원을 운영할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딸을 이용했고, 이를 알게 된 딸이 가족에게 털어놓자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 측은 첫 공판에서 심신장애를 주장했으나, 정신감정 결과 범행 당시 심신장애는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최 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줘 살인범들이 범죄를 쉽게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를 올바르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며 “사회적 기대를 저버리고 충격과 슬픔만 안겨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에 빠져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검찰은 최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유가족과 대리인은 항소를 촉구하며 재판 결과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이 항소를 통해 형량이 변경될지 주목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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