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인명을 앗아간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들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복합사용 피해자들에 대한 부분에 관해 파기 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하고 이 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1심에서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은 업무상 과실과 피해사실의 연관성을 이유로 판결을 뒤집고 금고형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냄에 따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한 형사책임은 다시 심리를 거치게 됐다.
아주경제=박용준 기자 yjunsa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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