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내정 간섭으로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반목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스페인과 마찰을 빚었다.

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필라르 알레그리아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의 엑스(X·옛 트위터)를 겨냥해 "이런 플랫폼은 항상 절대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머스크 CEO가 스페인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외국인 통계를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5일 자신의 엑스에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성폭행 유죄 판결 기사가 캡처된 게시물을 공유하며 "와우"라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기사는 스페인 현지 매체 라라존이 지난해 9월 보도한 것으로 카탈루냐 지역에서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91%가 외국인이며 지역 전체 인구의 17%가 이민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스크 CEO가 불법 이민자 유입이 범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듯한 게시물과 댓글을 올린 것이 스페인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카탈루냐 사회당 대표인 살바도르 이야는 머스크 CEO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민주주의가 극우와 연합한 기술 억만장자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누구도 카탈루냐의 이름을 이용해 증오 발언을 퍼뜨리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범죄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스페인 사람보다 더 낫거나 더 나쁘지 않다"며 이민율과 범죄율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스페인의 범죄율은 2011년 이후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스페인 내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 현상이 범죄율에 부정적이거나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머스크 CEO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극우 정당 지지를 표명하면서 유럽 주류 정치권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머스크 CEO가 자신에 대해 왕립검찰청(CPS) 시절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자 거짓말과 선동이 "도를 넘었다"고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머스크 CEO가 자신을 "무능한 멍청이"라고 부르며 사퇴를 촉구하자 "트롤(troll·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시비 거는 사람)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한편 머스크 CEO는 오는 9일 독일대안당(AfD)의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 엑스에서 생중계 대담을 갖는다.
내달 독일 총선을 앞둔 AfD는 유럽연합(EU) 탈퇴, 이민자 수용 제한, 유로화 폐기 및 옛 마르크화 부활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극우 정당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탁 기고문에서 "AfD가 독일을 구할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고 지지를 표명하면서 내정 간섭 논란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