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 “최악의 동물 살상 축제” 비판
뉴욕타임스 ‘아시아서 꼭 방문해야할 축제’
세계적인 겨울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을 앞둔 가운데, 동물권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 지난 2024년 1월 7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원에서 진행 중인 국내 대표 겨울 축제인 '2024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맨손 고기 잡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화천군은 이달 11일부터 2월2일까지 23일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일원에서 화천산천어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로 21년째를 맞는데,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겨울축제다.
축제장에서는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해 산천어를 직접 잡을 수 있다.
최근 동물권 단체들은 이 축제가 동물 학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권은 비인간동물도 인간과 같이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삭대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 화천산천어축제 축제장 내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잡아올린 산천어를 입에 물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월 동물해방물결을 비롯한 39개 시민사회단체는 화천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축제의 동물 학대 프로그램 중단과 착취와 폭력 없는 생태적 축제로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대표 겨울축제로 꼽히는 산천어축제가 ‘대한민국 최악의 동물 살상 축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축제가 산천어의 생명을 하나의 ‘놀잇거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위해 매년 수십만 마리의 산천어가 전국 양식장에서 인공 번식으로 태어나 이송된다”며 “산천어들은 인간의 손맛을 위해 축제 전부터 굶주리다 축제의 상징이 되어버린 ‘맨손 잡기’, ‘얼음낚시’ 등 오락 프로그램의 도구로 이용당하며 고통 속에서 죽는다”고 했다.
 | 지난 2024년 1월 6일 강원 화천군 군청 앞에서 동물해방물결 등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
2020년 동물해방물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화천산천어축제를 맡고 있는 재단법인 나라와 화천군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춘천지방검찰청은 잡은 물고기를 바로 먹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축제가 식용 목적인 산천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
 | 강원 화천산천어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뉴시스 |
현행 동물보호법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양서류·어류를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 하위 시행령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파충류, 양서류 및 어류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비교육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는 축제의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두고 “아이들은 산천어를 쥐고, 던지고, 내리치고, 방치하며 동물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익히게 된다.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 안에서 아이들이 숨 쉬듯 동물학대를 경험할 수 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동물을 이용한 체험과 축제가 생명·생태 감수성을 익혀야 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 지난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장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지자체 등은 산천어축제에서 맨손 잡기 등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축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동물권 주장은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고 축제의 인기는 높다.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1월이면 화천 지역 인구의 60∼70배에 달하는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모인다.
외국인 역시 연간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개최 이래 외신 보도도 꾸준히 이어지며 축제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 축제를 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아시아에서 꼭 방문해야 할 축제’로 선정했다.
2022년엔 미국 CNN이 세계적 여행잡지인 ‘론리 플래닛’을 인용해 축제를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소개하기도 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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