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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 찰스 3세, 2차대전 적국 이탈리아에 화해의 손길

영국군 도운 이탈리아 민간인들 역할 강조
우크라 전쟁 들어 “평화는 당연하지 않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이었던 이탈리아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찰스 3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어 “우리는 평화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이탈리아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연설했다.
영국 국왕이 이탈리아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3세는 그가 왕세자 시절 이탈리아를 18번 방문한 사실을 소개한 뒤 “이탈리아는 소중한 곳”이라며 “이 나라를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의 기쁨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서사시 ‘아이네이스’로 유명한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 역시 서사시 ‘신곡’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알린 이탈리아 작가 단테, 그리고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 등을 거명하며 이탈리아 역사에 존경심을 표시했다.
또 영어로 연설하는 중간에 이탈리아어를 섞어 씀으로써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자신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2차대전 당시 영국과 이탈리아는 서로 적이었다.
나치 독일의 동맹이던 이탈리아는 1940년 6월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에 선전 포고를 하는 것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미국, 영국 등 연합국 군대가 1943년 7월 시칠리아 섬에 상륙한 데 이어 본토까지 침공하자 그해 9월 항복을 선언했다.
다만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독일군에 점령돼 항복 후에도 꽤 오랫동안 나치의 통치를 받아야 했다.

찰스 3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2차대전 기간의 여러 용기 있는 행동에서 두 나라의 공통된 가치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년 전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 군대가 이탈리아를 나치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탈리아 민간인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 군대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2차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이탈리아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2차대전을 언급한 뒤 찰스 3세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길 간절히 원했던 그 시기(2차대전)의 메아리가 슬프게도 오늘날 우리 대륙(유럽)에서 울려퍼지고 있다”는 말로 비통함을 드러냈다.
이어 “평화는 절대로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영국과 이탈리아는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이 9일(현지시간) 국빈 만찬 도중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의 의회 연설 후 이탈리아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궁(宮)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주최로 국빈 만찬이 열렸다.
마침 이날은 2005년 4월9일 찰스 3세가 부인 커밀라 왕비와 결혼한 지 꼭 2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만찬의 의미가 더욱 컸다.
찰스 3세는 건배사를 하는 도중 “마타렐라 대통령께서 우리 부부를 위해 촛불을 밝힌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마련해 주셨다”고 농담을 했다.

한편 찰스 3세 부부는 이날 잠시 시간을 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애초 찰스 3세의 일정에는 이탈리아와 별개로 교황청 국빈 방문도 포함돼 있었으나 최근 교황의 건강 악화로 취소됐다.
짧은 만남 동안 찰스 3세 부부는 교황의 쾌유를 빌었고, 교황은 부부의 결혼 20주년을 축복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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